아닐 불(一-3)꾀할 모(言-9)그 기(八-6)정치 정(攵-5)
‘논어’ ‘泰伯(태백)’편에 나온다. “不在其位, 不謀其政.”(불재기위, 불모기정)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꾀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위’는 주어진 자리, 맡은 바 직책을 가리킨다. ‘기정’은 그 자리나 그 직책에 걸맞은 공적인 일을 뜻한다. 일을 함에 있어 예의란 자신의 지위나 직분을 함부로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무릇 나라를 다스릴 때 갖가지 직책과 벼슬을 두는 까닭은 한 사람이 도맡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거나 작은 기업을 경영함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절하게 일을 구분 지어서 합당한 자리를 마련하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쓴다. 그것이 곧 정치고 경영이다. 그런데 특정한 지위나 직분을 맡은 사람이 제 일이 아닌 것에 마음을 쓴다면, 어찌 되겠는가? 물론 이는 다른 일에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니며, 어떠한 비판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말이다.
‘관자’의 ‘목민’편에 나온다. “以家爲鄕, 鄕不可爲也; 以鄕爲國, 國不可爲也; 以國爲天下, 天下不可爲也. 以家爲家, 以鄕爲鄕, 以國爲國, 以天下爲天下.”(이가위향, 향불가위야; 이향위국, 국불가위야; 이국위천하, 천하불가위야. 이가위가, 이향위향, 이국위국, 이천하위천하) “집안을 고을로 여기면 고을을 다스릴 수 없고, 고을을 나라로 여기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으며, 나라를 천하로 여기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집안은 집안의 법도로 다스리고, 고을은 고을의 법도로 다스리며,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린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언제든지 공적인 일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맡아서 하지 않더라도 늘 감시자나 비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때 감시자로서 또는 비판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위나 직분에 맞는 법도, 잣대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헤아려야 한다. 이는 권리 행사를 위한 바탕이며 동시에 의무이자 책무다. 이를 소홀히한 채 감시자와 비판자의 역할을 하려 한다면, 自中之亂(자중지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