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 무(毋-0)가로되 왈(曰-0)아닐 불(一-3)같을 동(口-3)
국가라는 거대한 공동 운명체에는 수없이 다양한 구성 요소가 뒤얽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구성 요소가 제각각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서 권리를 주장하고 이익을 추구한다. 최근 전공의 파업이 시작되고 대한의사협회가 전국의사총파업을 예고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권리나 이익의 주장은 반드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공익과 정의에 부합해야 한다.
수많은 이익 단체가 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이익이 더 큰 이익, 곧 나라와 국민의 이익 또는 公共善(공공선)과 충돌할 때는 신중하게 헤아려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전공의 파업과 전국의사총파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공의 파업 대자보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했고, 의대 교수들은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정원이 한국은 7.5명으로 미국, 일본, 캐나다와 비슷하다며 수치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런데 OECD 평균이 12.6명이고, 영국은 12.9명, 이탈리아 15명, 호주 15.4명 정도다. 이야말로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牽强附會(견강부회)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관자’의 ‘목민’편에 나온다. “毋曰不同生, 遠者不聽; 毋曰不同鄕, 遠者不行; 毋曰不同國, 遠者不從.”(무왈불동생, 원자불청; 무왈불동향, 원자불행; 무왈불동국, 원자불종) “같은 혈족이 아니라고 차별하지 말라. 다른 혈족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 같은 고을 사람이 아니라고 차별하지 말라. 다른 고을 사람들이 함께 가지 않는다. 같은 나라 출신이 아니라고 차별하지 말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
비록 통치술로써 한 말이지만, 이익단체들 또한 깊이 새겨두어야 할 내용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지속하려는 이익 단체는 필연적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심화하게 되므로.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