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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99> 善建者不拔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는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8-12 18:50:5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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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할 선(口-9)세울 건(廴-6)것자(老-5)아닐 불(一-3)뽑을 발(手-5)

노자의 ‘죽간본’ 28장에 나온다. “善建者不拔, 善保者不脫, 子孫以其祭祀不絶.”(선건자불발, 선보자불탈, 자손이기제사불절)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지킨 것은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자손 대대로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保(보)’가 통행본 ‘도덕경’ 54장에서는 ‘껴안다’는 뜻의 ‘抱(포)’로 되어 있다. 의미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왕조나 기업에서 創業(창업)과 守城(수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에 대한 논란이 종종 있다. 그런데 창업도 수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창업 직후에 어떠한 체제와 제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수성도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선의 창업을 굳건하게 한 世宗(세종)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세종의 명으로 鄭麟趾(정인지) 등이 지은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를 보자.

“根深之木, 風亦不扤, 有灼其華, 有蕡其實;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근심지목, 풍역불올, 유작기화, 유분기실; 원원지수, 한역불갈, 류사위천, 우해필달)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않으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나니라.”

노자가 말한 ‘善建者(선건자)’가 곧 ‘根深之木(근심지목)’이니,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는 곧 수성을 위한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왕조를 가리킨다. 말이 쉬워서 ‘수성’이지 그저 지킨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킬 만한 토대를 야무지게 닦아야 한다.

세종은 국방을 강화하여 북쪽의 이민족과 남쪽의 왜구에 대처했고, 명나라와 시의적절한 외교 관계를 맺었으며, 법전을 정비하고 각종 서적을 편찬하고 과학을 발전시키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폈다.

이런 일련의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인재를 등용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황희 맹사성 김종서 박연 장영실 등 수많은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선이 倭亂(왜란)과 胡亂(호란)을 겪고도 500년을 이어간 이유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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