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89> 其用不窮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7 19:07:3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그기(八-6)쓸용(用-0)아닐 불(一-3)다할 궁(穴-10)

노자는 “大盈若盅, 其用不窮”(대영약충, 기용불궁) 곧 “꽉 찬 것은 속이 빈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 大盈(대영) 곧 ‘꽉 찬 것’은 속이 빈 듯할까? 여기서 ‘꽉 찼다’는 말은 주위 모든 것과 ‘하나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하나가 됐으니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없는 듯, 빈 듯 보인다. 어떤 기술을 온전히 체득한 사람을 보라. 그의 손과 기술이 따로 놀지 않고 마치 하나인 듯 보이지 않는가? 아무런 특별한 기술이 없는 듯이 보이지 않는가?

일본 京都(교토) 廣隆寺(코오류우지)에 일본 국보 1호가 있다. 높이 123.5m의 木造(목조) 불상인 ‘彌勒菩薩半跏思惟像(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흥미롭게도 이 불상은 신라에서 전해진 것임에도 일본 국보가 됐다(한국의 국보에는 다른 나라의 것이 없다). 거의 1400년 동안 이에 맞설 만한 불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같은 양식의 불상이 있으니,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그렇다. 하나는 목조요, 하나는 金銅(금동)이다.

일본의 국보26호는 ‘喜左衛門井戶(기자에몬이도)’라 불리는 茶碗(다완)이다. 교토 大德寺(다이토쿠지) 孤篷庵(코호오안)에 있는데, 일본 국보 가운데 도자기는 이 다완이 유일하다. 일본인은 이 다완이 ‘자연미의 극치’를 보여준다면서 극찬하는데, 이 다완은 16세기 조선에서 만든 것이다. 조선의 도공을 그리도 많이 끌고 가서 극진하게 대우했음에도 왜 그 후로 이런 막사발 하나를 만들지 못했을까?

20세기 들어 일본은 비록 미국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했음에도 운 좋게 다시 일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반면 한국은 식민지가 되고 전란을 겪으며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몰락했다. 그런데 21세기 지금,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강대국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불가사의하게 보는 시선이 많으나,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 힘과 기운이 갈무리되어 있기 때문이니.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9. 9대출 갈아타라더니…은행 16곳 중 11곳 주담대 ‘금리 역전’
  10. 10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4. 4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9. 9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0. 10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