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88> 大盈若盅

꽉 찬 것은 속이 빈 듯하나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7-26 20:20:0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클대(大-0)가득찰 영(皿-4)같을 약(艸-5)빌충(皿-4)

중국 宋代(송대, 960~1279)에 抹茶(말차, 돌절구에 찻잎을 잘게 찧어 마시는 차) 곧 가루차를 마시는 풍습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송나라의 天目茶碗(천목다완)도 아울러 전해져 당시의 귀족, 선승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戰國時代(센코쿠시대, 1467~1573)에 취향이 달라지면서 ‘고마 찻잔’ 곧 ‘高麗茶碗(고려다완)’이 인기를 끌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고려다완에 푹 빠졌고,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에게 영지 대신 찻잔을 주기도 했다. 지배자를 비롯해 무사 계층과 귀족이 너도나도 고려다완을 애지중지하자 사람의 목숨이나 성 하나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값이 뛰었다. 일본에서는 그런 다완을 전혀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을 ‘陶磁器(도자기) 전쟁’ 또는 ‘茶碗(다완)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에 이미 세계 최고의 도자기 기술, 시쳇말로 세라믹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기술에서 평민이 일상에서 쓰는 ‘막사발’이 나왔는데, 그 막사발의 형태와 오묘한 빛깔이 일본인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아 ‘고려다완’이라 일컬어진 것이다. 일본이 조선의 도공들을 마구잡이로 끌고 간 것은 도자기를 자체 제작하려는 열망과 욕심 때문이었다. 근대에 일본이 도자기 강국이 된 바탕이 거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고려다완은 이제까지 단 한 점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것은 기술에 문화적 기질과 미학이 어우러진 것인데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1년 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세 품목의 수출을 규제해 한국을 궁지로 내몰려 했다. 한국은 자체 개발과 생산으로 대응했다. 일본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노자가 “大盈若盅, 其用不窮”(대영약충, 기용불궁) 곧 “꽉 찬 것은 속이 빈 듯하나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고 말한 대로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는 창조적 기운이 꽉 차 있었던 것이다.

정천구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3. 3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4. 4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5. 5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6. 6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7. 7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8. 8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9. 9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10. 10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1. 1“현금 쌓아놓고 34억 체납 지광(국제신문 대주주), 국세청 나서라”(종합)
  2. 2與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 공공기관 임원 잇따라 꿰차
  3. 3李 ‘친노 중용’ 승부수…여권 통합·PK 공략 두 토끼 잡기
  4. 4지방의회 아래 선출직 주민의회…술집 개업 등 찬반 권한
  5. 5장외로 나간 국힘 “李, 본인 사건 특검 임명…끌어내려야”(종합)
  6. 6“주민자치회 활성 위해 獨·스코틀랜드와 같이 정책반영 기반 필요”
  7. 7與 “내란잔당 국힘 후안무치…탄핵 거론 제정신 아냐”
  8. 8국힘 “이용철, 대장동 숨은 설계자” 민주 “법조 베테랑…법무장관 적격”
  9. 9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10. 10민주 “정부에 ‘실거주 구분 없이 종부세 공제 14억’ 강력 요구”
  1. 1분당 라면 600개…농심 부산수출공장 가동
  2. 2밤바다에 핀 불꽃 8만 송이…120만 명 홀렸다(종합)
  3. 3정지선 훠궈, 전주 명물 칼국수…롯데百 맛집에 외국인도 줄선다
  4. 4외국인, 올해 1~9월 부산서 카드 1조원 넘게 썼다(종합)
  5. 5HUG 10개월 만에 또 수장 공백…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6. 6국산화·지역 상생 앞세워 해상풍력 박차
  7. 7해군·해병대 AX 거점, 부산에 ‘둥지’
  8. 8신세계 센텀 ‘라이다’ 팝업 오픈
  9. 9폭락장 반대매매 막아라…신용융자 담보비율 의무 면제(종합)
  10. 10‘블루 쓰나미’ 충격 여전…美기술주 반등에도 코스피 안갯속(종합)
  1. 1영도 해양박물관 앞 산책로, 넉달째 쑥대밭
  2. 2창원 제2국가산단 3년 표류 마침표?
  3. 3국제신문 회생, 민주노총과 연대…부산 女NGO·사하구의회 힘보태
  4. 4대원 물릴까, 10초 고뇌 끝 불길 속으로…항공기 폭발 막아
  5. 5부울경 비 내리며 기온 뚝(종합)
  6. 6고령면허 자진반납땐 최대 30만 원…7534명 ‘응답’
  7. 7[한 손 뉴스] 기장 문오성마을 어르신들, 트롯그룹 결성 자작곡 발매
  8. 8광안동 인도 돌진 벤츠 운전자 2심 법정구속
  9. 9탐방 허용-자연보전 통제 ‘절묘한 균형’…100년 지킨 원칙
  10. 10이웃자녀 학대 사망 부추겼다…‘공부방 이모’ 징역 20년 확정
  1. 1“국제신문 골프대회, 아마추어 골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되길”
  2. 2남자부 A조 어정우 씨 “뜻밖의 우승…양산과의 인연 감격”
  3. 3가을이 물든 필드…아마골퍼 300여 명 ‘열정·화합의 샷’
  4. 4여자부 우승자 황은경 씨 “매번 새로워…건강하게 오래 즐기고파”
  5. 5남자부 B조 홍정삼 씨 “퍼트 감각 빛나…목표는 A부 우승”
  6. 6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7. 7‘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8. 8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9. 9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10. 10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