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667> 建德如偸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17 20:16:12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꼿꼿이 세울 건(廴-6)덕덕(彳-12)같을 여(女-3)나약할 투(人-9)

6월 10일,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과 박종철 열사를 비롯해서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선비, 학생들이 고문당하고 희생되었다. 이제는 민주인권기념관이 된 그곳의 유동우 관리소장은 “끌려온 사람들의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1919년, 서울에서 시작된 3·1 독립만세 시위는 전국으로 퍼져갔다. 3월 10일, 광주에서도 장날을 기해 1000여 명의 민중이 모여 독립만세를 외쳤다. 전라남도 順天(순천)의 성서학원을 졸업하고 광주 수피아여고에 재학 중이던 윤형숙(1900~1950)도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의 맨 앞에 서서 만세를 외치다가 일본 헌병이 내리친 칼에 왼팔이 잘렸다. 윤형숙 열사는 일본 헌병에 체포돼 가혹한 고문을 받다가 오른쪽 눈마저 잃었다.

1920년대 조선의 풍속을 소재로 다양한 목판화를 남긴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의 작품 가운데 ‘미망인’이 있다. 이 여인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소개했다. “온화하면서도 슬픈 얼굴을 한 이 여인은 북부 지방 출신이다. 그녀는 일제에 끌려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서 풀려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몸에는 아직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외아들 역시 3·1운동에 적극 가담해서 일본 경찰에 끌려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여름이었다.”

그림 속 여인은 조선의 평범한 아낙네다. 그런데 독립운동가라니. 1919년의 독립만세 시위는 총칼을 들고 막아선 일제의 헌병과 경찰들 앞에서 벌인 평화적 시위였다. 그것은 4·19 학생의거,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2016년 겨울의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노자가 “建德如偸”(건덕여투) 곧 “꼿꼿이 세운 덕은 자빠질 것 같다”고 한 말은 그대로 조선 선비들의, 여인들의, 민중의 덕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폭력과 강압, 횡포에도 덕으로 맞설 줄 아니, 이야말로 建德(건덕) 아닌가!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5. 5“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8. 8[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9. 9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3. 3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4. 4“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5. 5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7. 7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10. 10[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