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광(广-12)덕 덕(彳-12)같을 여(女-3)아닐 불(一-3)넉넉할 족(足-0)

지난 5월 18일,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최신예 호위함이 출항해 필리핀을 향했다. 이 배에는 마스크와 소독제 등 방역물품도 실려 있었다. 필리핀이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이기에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실어서 보낸 것이다. 필리핀뿐만이 아니다.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 미국 인디언 원주민의 ‘나바호 자치국’ 등 모든 참전국의 생존 용사들에게도 보은의 마스크를 보냈다.

그들이 흘린 땀과 피에 견주면 참으로 하찮은 물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이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70년이 지나서도 잊지 않는 마음을 담아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맹자가 말한 ‘樂天(낙천)’과 ‘畏天(외천)’의 마음이다. 하늘의 이법을 즐기고 하늘의 이법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는 말이다.

어디 은혜를 갚는 마음뿐이랴? 조선을 침략하고 강점하면서 전 국토를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하고 성노예로 끌고 갔던 일본에까지 덕을 베풀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29억 엔가량을 성금으로 보낸 일은 대표적이다.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원수라 불러도 마땅한, 한국전쟁을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했던 나라가 재해를 입자 손을 내밀었다. 이런 한국인의 행위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매우 의아하게 만든다. 그들의 정서에서는 원한은 잊지 말아야 하고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인은 일본인이 말하는 ‘냄비 근성’이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까? 아니다. 사실 ‘냄비 근성’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비하하려고 한 말이다. 우리는 원한을 푸는 문화, 곧 한풀이·살풀이·신명풀이 따위 풀이 문화를 갖고 있다. 동학의 解寃(해원) 사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이 푸는 마음은 노자가 “廣德如不足”(광덕여불족) 곧 “너른 덕은 모자란 것과 같다”고 말했을 때의 그 ‘상덕’이다. 한국인은 이사를 가면 ‘떡’을 해서 돌린다. 그 ‘떡’의 어원이 ‘德(덕)’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지금도 좋은 일이 있으면 떡을 하고 나누어 함께 먹는 것을 보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정, 그것은 덕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