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태(大-0)흰백(白-0)같을 여(女-3)때 묻을 욕(辰-3)

노자는 “大白如辱”(태백여욕) 곧 “대단히 흰 것은 때 묻은 것 같다”고 말했다(여기서 大는 ‘태’로 읽음). 알 듯 모를 듯 참 묘한 말인데, 이렇게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정말 갖고 싶은 신발을 갖게 된 아이를 떠올려보라. 그 아이에게 그 신발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또 깨끗하다. 흙탕물이라도 튈까, 티끌이라도 묻을까 얼마나 조심하는가. 그런데 어찌 티끌이나 때가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새 신은 참으로 깨끗하기에 아주 작은 티끌만 붙어도 환히 보인다. 티끌도 때도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늘 이기적으로 구는 자가 또 제 잇속을 챙겨도 사람들은 그저 그렇거니 하고 넘어간다. 늘 아첨하는 자가 또 상사에게 굽실거려도 역시 별다르게 보지 않고 넘어간다. 사기꾼이 사기를 치고 도둑이 도둑질을 하면, 화를 내면서도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것은 그들을 ‘흰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군자나 현자가 아주 자그마한 흠이라도 보이면, 사람들은 그 흠을 마치 태산처럼 여기면서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 흠이 워낙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근거 없는 소문만 듣고도 마치 흠이 정말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도 한다.

‘문자’의 ‘상덕(上德)’에 나온다. “君子有酒, 小人鞭缶, 雖不可好, 亦可以醜.”(군자유주, 소인편부, 수불가호, 역가이추) “군자가 술을 마시면 소인은 술독을 치며 욕하는데, 비록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또한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군자는 술을 마시기만 해도 마치 추태를 부린 것처럼 본다는 뜻이다.

최근 일제 때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일본 전범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가 재개되자,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주장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번 절차도 그러하지만, 한국이 국제법을 어기면서 일본에 무슨 짓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언론이 ‘국제법 위반’ 운운하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