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을 수(人-8)나신(身-0)곧즉(卩-7)위할 위(爪-8)

“貴爲身於爲天下, 若可以託天下矣.”(귀위신어위천하, 약가이탁천하의)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자신을 위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천하보다 자신을 위하는 자에게 천하를 맡긴다니! “愛以身爲天下, 若可以寄天下矣”(애이신위천하, 약가이기천하의) 곧 “제 몸을 아끼듯이 천하를 위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넘길 수 있다”라는 말과 모순되지 않는가?

역설의 특징이다. 표현은 모순되지만 안으로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 역설이다. 예로부터 제왕이나 관리, 선비는 천하 또는 천하 사람을 앞세우면서 자신을 버린다는 말들을 해왔다. 실제로 그렇게 하든지 하지 않든지 간에. 노자는 그런 외침 따위를 蛙鳴(와명) 곧 개구리 울음소리로 치부했다. 진심이 아닐뿐더러 이치도 모르는 발상일 뿐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체 자신을 버리고 천하를 위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爲天下(위천하) 곧 천하를 위한다는 말은 무얼 뜻하는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천하 사람들을 위한다는 말이다. 이는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을 괴롭히고 위태롭게 만드는 갖가지 폐해를 바로잡는 일, 크고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자신’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내가 지혜로워야 하고, 내가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일을 시작하고 매조질 힘을 가져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가장 기본적인 체력도 지녀야 한다. 지혜, 능력, 힘, 체력 따위를 갖추는 일 곧 修身(수신)이 자신을 위하는 爲身(위신)이다.

修身卽爲身(수신즉위신)이고, 爲身卽愛身(위신즉애신)이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력한 채로 있는 것이 자신을 위하고 아끼는 일일까? 술수와 기만, 위선 따위로 자신을 위하는 일이 과연 자신을 아끼는 일일까? 그것은 요행을 바라는 일이며, 결국 自暴自棄(자포자기)나 다름이 없다. 그런 자가 과연 천하를 위할 수 있을까? 그런 자는 자신을 위해 천하를 이용할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