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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99> 勞心焦思

애를 쓰며 속을 태우는 까닭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5 19:07:4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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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쓸 로(力-10) 마음 심(心-0) 태울 초(火-8) 뜻사(心-5)

재판은 전쟁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피의자에게는 그와 가족의 삶이 걸린 일이니, 생사와 존망이 나뉘는 전쟁이 아니겠는가? 재판의 결과에 따라 생사와 존망이 좌우되지 않는 검사라 할지라도 재판에 임하는 자세는 분명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피의자를 수사하고 그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소한 이가 바로 검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소한 검사는 재판에서 이길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손자병법’에 나온다. “勝兵, 先勝而後求戰; 敗兵, 先戰而後求勝.”(승병, 선승이후구전; 패병, 선전이후구승)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다 갖춘 뒤에 싸우고, 지는 군대는 먼저 싸운 뒤에 이기려 애쓴다.” 검사들이 병법서를 읽지 않았다 해도 이런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검사들은 마치 무방비 상태로 적의 기습을 받은 장수처럼 허둥대며 갈팡질팡하고 있을까?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갈팡질팡하는 검사들을 보다가 보면 최근 전국을 돌며 각 지검의 검사들을 만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겹쳐 떠오른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 없다”는 인식과 ‘검사동일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上命下服(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공고하게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이미 폐지된 ‘검사동일체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총장, 그의 지시에 따라 기소하고 수사하며 재판에 나선 검사들! 지금 그들은 몸과 마음이 가뿐할까? 오히려 戰戰兢兢(전전긍긍), 勞心焦思(노심초사) 하는 게 느껴질 따름이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절,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때에 특수한 상황에서 인정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독점을,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위대한 촛불 혁명을 이룬 이 시점에서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검찰의 반발과 행태는 ‘絶學(절학)’해야 할 때에 절학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래서야 재판에서도 역사에서도 이길 수 있겠는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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