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막(水-11) 그러할 연(火-8) 없을무(火-8) 할위(爪-8)

노자는 “亡爲而亡不爲”(무위이무불위)라고 말했다. 노자 사상의 고갱이가 담겨 있는 이 구절이 “함이 없어도 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뜻을 표현한 것임을 안다면,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바라는 게 있어 그것을 이루려 한다. 그러나 이루는 것은 제쳐두더라도 자그마한 일 하나도 뜻대로 하지 못한다. 애써도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제 몸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해서 걱정하고 안달하지 않는가. 그런데 ‘되지 않는 일이 없다’니, 이보다 솔깃한 말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명심하라. 달콤한 솜사탕에는 아무런 쓴맛이 없으나, 듣기 좋은 말에는 쓰디쓴 뜻이 숨겨져 있음을. 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무엇이든 다 되도록 하려면, 먼저 無爲(무위)해야 한다. 함이 없어야 한다. 이게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無爲(무위)가 아니라 不爲(불위)다. 불위는 懶怠(나태)요 怠慢(태만)이며, 無氣力(무기력)일 뿐이다. 요컨대, 무위는 현자나 성인의 경지요, 불위는 빈둥거리는 놈팡이의 지경이다.

‘문자’ ‘道原(도원)’에 나온다. “聖人內修其本, 而不外飾其末, 歷其精神, 偃其知見. 故漠然無爲而無不爲也, 無治而無不治也.”(성인내수기본, 이불외식기말, 력기정신, 언기지견. 고막연무위이무불위야, 무치이무불치야) “성인은 안으로 근본을 닦으면서도 밖으로 말단을 꾸미지 않고, 맑고 환한 기운을 두루 펴고 감각과 지각은 제쳐둔다. 그리 하므로 흐리멍덩하게 함이 없는데도 되지 않는 것이 없고, 다스림이 없으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漠然無爲’(막연무위)를 ‘흐리멍덩하게 함이 없다’라고 풀이했다. 흔히 ‘막연하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무엇이든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세상 일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게 얼마나 있는가? 범부들이 무엇이든 분명하고 확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헤매고 허덕일 때, 현자나 성인은 세상의 막연함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흐리멍덩해 보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