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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65> 不稱帝者

스스로 황제라 일컫지 못한 나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7 19:42:1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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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불(一-3)일컬을 칭(禾-9)천자 제(巾-6)것자(老-5)

李瀷(이익)의 ‘星湖僿說(성호사설)’에 <善戲謔(선희학)>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白湖(백호) 林悌(임제, 1549∼1587)는 기상이 호방해 얽매이기를 싫어했다. 병으로 죽게 됐을 때, 자식들이 슬피 울자 이렇게 말했다. “四海諸國未有不稱帝者, 獨我邦終古不能. 生於若此陋邦, 其死何足惜命? 勿哭!”(사해제국미유불칭제자, 독아방종고불능. 생어약차누방, 기사하족석명? 물곡!) “사해의 여러 나라 가운데 칭제하지 않은 나라가 없거늘, 유독 우리나라는 예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런 누추한 나라에서 살다가 죽는데, 가엾게 여길 게 무엇 있겠느냐? 울지 말라!”

본래 자유분방하고 활달했던 임제는 재주와 능력이 있었음에도 관직에 뜻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 마흔이 채 되기도 전에 죽게 되었으니, 그 자식들은 얼마나 안타깝고 슬펐을까? 아마도 위로하느라 우스개로 한 말일 것이다. 그의 말인즉슨, 조선 땅에 수많은 나라가 명멸했는데, 그 가운데 어떤 나라도 중원 곧 중국을 차지한 적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皇帝(황제)라 일컬었던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칭제할 만한 豪氣(호기)도 배짱도 없었던 나라에 태어나 살다가 죽는 거라면 억울할 것 없다는 말이다.

임제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다. 秦漢(진한) 제국 이후로 청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2100년 동안 수많은 이민족이 중원을 차지하여 천하를 호령했다. 남북조 시대(386∼589)에 북조를 차지한 선비족, 중국 북부에 大遼(대요, 916∼1125)를 세운 거란족, 북송을 멸망시키고 중원을 차지한 金(금, 1115∼1234)의 여진족, 1279년 남송을 멸망시키고 대제국을 이룬 大元(대원)의 몽골, 중국의 영토를 현재처럼 확장시킨 大淸(대청)의 만주족 등등.

그들은 하나같이 칭제했을 뿐만 아니라 중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破竹之勢(파죽지세)로 漢族(한족) 정권을 무너뜨렸던 그들인데, 이제 몽골을 제외하고는 소수민족으로 남았거나 그 자취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으니.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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