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질 유(月-2) 나라 국(口-8) 의 지(丿-3) 밑천 모(毋-1)

노자는 “莫知其極, 可以有國”(막지기극, 가이유국) 곧 “끝장을 알 일이 없어야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장을 안다’는 것은 ‘끝장을 본다’는 말이며, 이는 곧 ‘막장까지 간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또는 스스로 힘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없다는 뜻이, 일이나 사태가 뜻대로 되기는 글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끝이 어찌 될지는 몰라도 그만둘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런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사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하는 말을 한때는 많이 했다. 과연 용기 있고 현명한 말이었을까? 傲氣(오기)로라도 그런 말을 해야 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래 봐야 알량함만 묻어나오는 허망한 말일 뿐이다. 그러면 “끝장을 봐야겠다”는 말은 또 어떤가? 좋게 보면 ‘결심’이나 ‘단호함’을 내비쳤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단단히 벼르던 사람들 가운데서 좋은 끝, 바라던 끝을 보았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노자는 또 말했다. “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深根固柢之法, 長生久視之道也.”(유국지모, 가이장구. 시위심근고저지법, 장생구시지도야) “나라를 차지하는 밑천이 있어야 길고 오래갈 수 있는데, 이를 일러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내리는 법이요 길게 살고 오래도록 보이는 길이다.” 끝장을 보려거나 막장까지 가려는 사람은 이미 ‘나라를 차지할 밑천’이 떨어진 사람이거나 애초부터 없었던 사람이다.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착각해 버티고 있을 따름이다.

노자가 말한 ‘밑천’은 무얼 하든 그에 걸맞은 ‘덕’이나 ‘능력’을 가리킨다. 그런 밑천이 없다면, 운 좋게 막대한 재물을 얻거나 나라를 차지하더라도 위태해지기 십상이다. 가끔 어마어마한 금액이 걸린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불과 몇 년 만에 알거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그것은 안타깝게도 그에게 그 행운을 감당할 밑천이 없었던 탓이다. 감당할 수 있는 행운이라야 복이지, 감당할 수 없는 행운은 재앙으로 돌변한다. 轉禍爲福(전화위복)이 아니라 轉福爲禍(전복위화)인 셈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