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능(肉-6) 쌓을 적(禾-11) 자잘할 미(彳-10) 사람 자(老-5) 누구 수(言-8)

이제 세밑이다. 세밑은 곧 새해의 시작을 가리킨다. 새해에는 전 의원들과 현 의원들, 새로 나설 정치 지망생들이 勞心焦思(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총선이 있다. 어쩌면 총선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거법 문제로 다투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총선은 정치가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막중한 일이다. 정치가들 가운데는 이를 까맣게 잊고 있는 자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자들도 적지 않으리라.

과연 내년 총선에는 자격을 갖춘 자가 얼마나 나설지 궁금하다. 20대 국회는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이미 악명을 떨쳤다. 그뿐이 아니다. 도저히 정치가라 볼 수 없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폭언과 악담을 서슴지 않거나 불법과 위법을 저지르고서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자들이 어찌도 많은지. ‘문자’ ‘微明(미명)’에서는 “德無所積而不憂者, 亡其及也”(덕무소적이불우자, 망기급야) 곧 “덕을 쌓지 않고서도 걱정하지 않는 자는 망할 날이 곧 닥친다”고 했는데, 내년 총선은 積德者(적덕자)와 積怨者(적원자)의 흥망을 결정짓는 岐路(기로)가 될까?

어느 정당이든 다수당이 되려 할 것인데, 노자는 “莫知其極, 可以有國”(막지기극, 가이유국) 곧 “끝장을 알 일이 없어야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의 정당들은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끝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당도 나라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어느 정당도 그럴 자격이 없으니 공정한 경쟁이 되리라고 말한다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국민들이 예의주시해야 한다. 출마하는 이들 가운데 누가 과연 자격을 갖추었는지 살피기 위해.

‘순자’ ‘彊國(강국)’에 나온다. “財物貨寶以大爲重, 政敎功名反是, 能積微者速成.”(재물화보이대위중, 정교공명반시, 능적미자속성) “재물이나 보물은 클수록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정치와 교화와 공적과 명성은 이와 반대로 자잘한 것을 잘 쌓아가는 이가 빨리 이룬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