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을 적(禾-11) 지킬 지(手-6) 그 지(丿-3) 곧 즉(刀-7) 설 립(立-0)

‘순자’ ‘王覇(왕패)’에 나온다. “國者, 天下之大器也, 重任也, 不可不善爲擇所而後錯之. 錯險則危. 不可不善爲擇道然後道之. 涂薉則塞, 危塞則亡.”(국자, 천하지대기야, 중임야, 불가불선위택소이후조지. 조험즉위. 불가불선위택도연후도지. 도예즉색, 위색즉망) “나라란 천하의 큰 그릇이요 무거운 짐이니, 자리를 잘 가린 뒤에 놓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비뚤어진 데에 두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길을 잘 가린 뒤에 그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길이 지저분하면 막히게 되고, 위태롭게 막히면 망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에 국민은 이 큰 그릇, 무거운 짐인 나라를 아무 데나 놓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그릇된 길로 나아가게 했다가 탄핵을 당한 대통령을, 그런 대통령을 떠받들며 눈치를 보다가 탄핵 정국을 겪은 뒤에 은근슬쩍 당적을 옮기거나 당명을 바꾸며 保身(보신)했던 국회의원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여전히 자리를 가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적 판단과 정책 결정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순자는 이렇게 충고해준다. “故國者, 重任也, 不以積持之則不立.”(고국자, 중임야, 불이적지지즉불립) “그러므로 나라는 무거운 짐이니, 잘 쌓아서 지탱하지 않으면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어디 나라뿐이랴. 기업도 그러하고 정당도 그러하며 집안도 그러하다. 그러나 나라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집안이든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사람이 근본이고 토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덕을 쌓지 않고서야 집안이든 기업이든 정당이든 나라든 올바로 설 수 있겠는가?

‘순자’ ‘왕패’에서 말했다. “故與積禮義之君子爲之則王, 與端誠信全之士爲之則覇, 與權謀傾覆之人爲之則亡.”(고여적예의지군자위지즉왕, 여단성신전지사위지즉패, 여권모경복지인위지즉망) “그러므로 예의와 올바름을 쌓아가는 군자와 정치를 하면 왕자가 되고, 바르고 성실하며 미쁘고 오롯한 선비와 정치를 하면 패자가 되며, 권모를 쓰며 기울고 뒤엎는 짓을 일삼는 사람과 정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