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경(立-6) 이를 도(刀-6) 그기(八-6) 막장 극(木-9)

덕을 쌓는 ‘積德(적덕)’이든 원한을 쌓는 ‘積怨(적원)’이든 쌓음은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다. 그러나 버릇인 ‘慣(관)’은 의식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과 몸을 좁고 굳은 ‘틀’ 속에 가두어 두는 행위다. 버릇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에는 ‘좋고 바르다’고 여겼던 것도 버릇이 되어 굳어버리면 전혀 현실이나 실상에 맞지 않은 ‘굴레’가 되어버린다는 데 있다.

지난주 국회의사당에서 폭력적인 시위가 있었다. 보수 시위대가 ‘공수처법과 선거법 날치기 저지’를 위해 태극기, 성조기를 앞세우고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국회 본청에 난입하려고 방호 인력과 경찰과 충돌하며 아수라장을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제1야당 대표가 확성기를 들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 들어오실 때 자유롭게 오셨습니까! 막혔죠? 오래 고생하셨죠? 여러분 들어오신 것 이미 승리한 겁니다”고 외쳤다.

이 사태를 두고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과 반발이 일었다. 장외투쟁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극우세력과 결합해 당을 극우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며 말이다. 특히 “지금의 당은 마치 검사동일체 조직인 양 굴러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를 두고 한 말임이 분명하다. 이른바 ‘황제 단식’에서도 드러났듯이 국회의 시위에서도 황교안 씨는 자신의 버릇을 좀체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공공의 안녕이라는 公安(공안)에 걸맞지 않게 정권 수호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역할을 한 이른바 정치검사였을 때의 버릇, 법 밖에서 법을 집행한 공안검사의 버릇 말이다.

노자는 덕을 거듭 쌓은 사람은 ‘莫知其極’(막지기극) 곧 ‘끝장을 알 일이 없다’고 말했다. 끝장을 알 일이 없다는 말은 막장에 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竟到其極’(경도기극) 곧 ‘끝내 막장에 이르고 끝장을 보게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는가? 원한을 쌓았거나 고약한 버릇에 갇힌 사람 아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