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41> 傍若無人

곁에 아무도 없는 듯이 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4 19:02:26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곁 방(人-10)같을 약(艸-5)없을 무(火-8)사람 인(人-0)

조식의 ‘여오계중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謂蕭曹不足儔, 衛霍不足侔也. 左顧右眄, 謂若無人, 豈非吾子壯志哉!”(위소조불족주, 위곽불족모야. 좌고우면, 위약무인, 기비오자장지재!) “선생을 소하(蕭何)나 조참(曹參)이라 부르자니 그들은 선생과 짝하기에 부족하고, 위청(衛靑)이나 곽거병(霍去病)이라 부르자니 그들도 나란히 세울 수가 없습니다. 좌우를 둘러보고는 나 만한 이가 없다고 말하시니, 어찌 그대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유방을 도와 漢(한)의 창업에 공을 세우고 승상을 지낸 소하와 조참도, 한 무제 때의 명장인 위청과 곽거병도 견줄 수 없다고 했으니, 극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는 조식이 오계중에게 한 말이면서 그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뛰어난 재주를 지녀 어려서부터 그 아비 조조의 총애를 독차지했으므로 오계중보다 조식 자신이 ‘左顧右眄, 謂若無人’(좌고우면, 위약무인)하지 않았겠는가?

“當斯之時, 願擧太山以爲肉, 傾東海以爲酒, 伐雲夢之竹以爲笛, 斬泗濱之梓以爲箏, 食若塡巨壑, 飮若灌漏卮. 其樂固難量, 豈非大丈夫之樂哉!”(당사지시, 원거태산이위육, 경동해이위주, 벌운몽지죽이위적, 참사빈지재이위쟁, 식약전거학, 음약관루치. 기락고난량, 기비대장부지악재!) “바로 이런 때에는 태산을 들어 고기로 삼고 동해를 기울여 술을 만들며, 운몽의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고 사수 물가의 가래나무를 베어 아쟁을 만들며, 밥 먹는 것은 큰 골짜기를 메우는 듯이 하고 술 마시는 것은 바닥이 새는 잔에 부어 넣듯이 하고 싶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진실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어찌 대장부의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호쾌하고 장쾌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이 권력자나 권력에 가까이 있는 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 그런 豪氣(호기)가 자신의 생각과 판단, 행동을 좀처럼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식은 그러다가 조조의 눈 밖에 났고, 태자가 되지 못한 채 괴롭게 쓸쓸히 살다 마흔한 살에 생을 다했다. 지금 윤석열 총장과 검찰이 국민의 눈 밖에 난 것도 그와 비슷하지 않은가?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9. 9‘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