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필(心-1) 먼저 선(儿-4)다스릴 치(水-5) 몸 신(身-0)

그런데 노자는 왜 ‘嗇(색)’ 곧 ‘아낌’을 강조했을까? 자신을 아끼는 일은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하지 않는가? 그렇다. 누구나 자신을 아낀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내가 커다란 좌절을 겪고 절망해서 이제는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에 이끌려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어느 한적한 바닷가 벼랑 위를 찾아갔다. 막상 벼랑 끝에 서니,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뛰어내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바위가 굴러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황급히 몸을 돌려 그 바위를 간신히 피했다. 사내는 저도 모르게 “휴, 살았다!”고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을 아끼는 일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다. 그런데 강한 정신력과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인간이 권력을 탐하거나 명예와 이익에 집착하여 오로지 자신만을, 제 가족만을, 제가 속한 조직만을 아끼고 위하려 할 때, 그 아낌은 파괴적인 힘이 되어버린다. 공익과 정의를 도외시하고 공존과 공생의 길을 막아버린다. 저 옛날에 통치 계층인 왕족과 귀족은 자신들을 아끼느라 백성의 목숨과 삶을 도외시하는 일을 숱하게 저질렀다. 어디 그때뿐이랴. 지금 당장 우리가 목도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뛰어난 성적으로 고시에 합격해 강력한 권력을 쥔 검사들. 그들 못지않게 좋은 학벌과 실력으로 제4의 권력 세계에 들어선 기자들. 그들이 자신들과 자신의 조직을 아끼는 마음으로 서로 협력해서 시답지도 않은 혐의와 의혹을 줄기차게 부풀리고 왜곡하며 한 가족을, 그 가족과 관련된 무수한 사람을 挾攻(협공)하고 있는 형국을 보라.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끼는 마음’이 어처구니없게도 ‘해치는 마음’으로 곧잘 변질된다는 사실을 노자는 일찌감치 알아챈 것이다. 그러면, ‘아낌’을 버려야 하는가? 버릴 수도 없고 버릴 필요도 없다. ‘여씨춘추’ ‘先己(선기)’에 나온다. “凡事之本, 必先治身, 嗇其大寶.”(범사지본, 필선치신, 색기대보) “무릇 일의 근본은 반드시 먼저 몸을 다스리고 커다란 보배(몸)를 아끼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