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을 수(人-8)나 신(身-0) 다스릴 치(水-5) 집안 가(-7)

‘治人(치인)’의 주체는 황제나 군주요, 그 대상은 신하들이나 관리들이다. 한편, ‘治民(치민)’의 주체는 신하들이나 관리들이고, 그 대상은 백성 또는 민중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근거는 노자의 철학을 통치의 차원에서 풀어간 ‘문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문자’ ‘微明(미명)’에서는 “修之身, 然後可以治民; 居家理治, 然後可移官長.”(수지신, 연후가이치민; 거가리치, 연후가이관장) 곧 “제 몸을 닦은 뒤에야 백성을 다스릴 수 있고, 집안을 다스린 뒤에야 관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居家理治(거가리치)’는 ‘대학’에서 말한 ‘齊家(제가)’와 같다. 수신과 제가는 황제나 군주에게도 긴요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관리가 될 士(사)들의 몫이다.

또 ‘上仁(상인)’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學而不厭, 所以治身也; 敎而不倦, 所以治民也.”(학이불염 소이치신야; 교이불권, 소이치민야) “배우면서 싫증내지 않는 것이 제 몸을 닦는 바탕이고, 가르치면서 게으르지 않는 것이 백성을 다스리는 바탕이다.” 이 구절은 ‘논어’ ‘述而(술이)’에 나오는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묵이식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곧 “말없이 마음에 새겨두는 것, 배우면서 싫증내지 않는 것, 남을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 것,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나에게 있는가?”라는 공자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자는 관리가 되고자 했던 정치 지망생이었다. 관리가 되려는 이들이나 관리가 된 이들이 늘 해야 할 것은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었다. 관리가 가르치는 대상은 당연히 백성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이나 시민을 한낱 개나 돼지로 간주하는 관리들이 있다. 그런 관리들의 인식은 舊態(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퇴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은 가르침의 대상이기나 하지, 개나 돼지는 전혀 가르침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지 않는가. 그런 인식은 시민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아예 부정하므로 민주주의에도 커다란 장애요 방해물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