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솟을 교(口-9) 나무 목(木-0) 어조사 야(乙-2) 아닐 비(非-0) 옷의(衣-0)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올해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도입에 관한 법안이 ‘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되면서 검찰개혁에 탄력이 붙으려 하자,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반대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5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법안들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인데, 가소롭기 그지없는 억지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검찰 가운데서 한국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곳은 없다. 두 가지 권한을 틀어쥐는 순간 막강한 권력이 되어 검사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는 ‘기소편의주의’를 제어할 수단이 거의 없게 된다. 실제로 공익과 국익을 해친 정치권력과 재벌의 수많은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검찰은 얼마나 任意(임의)와 恣意(자의)로 해왔던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오용한 데 대해 어떤 검사도 처벌을 받은 적이 없지 않은가.
또 그날,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린 것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입고 있던 양복 재킷을 벗어 흔들면서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어디서 흔드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중립을 지키고자 했으나 늘 정치권력이라는 외풍이 가만두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리라. 그런데 옷은 가벼워 누구나 흔들 수 있다. 굳이 정치권력이 아니라도. 검찰 조직이나 그 권력이 옷처럼 가볍다는 말인가? 참으로 그러한가?
맹자의 표현을 따르면, 검찰은 喬木(교목)이다. 몸통이 굵고 곧으며 높이 자란 교목은 왕실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가문을 이른다. 나무라서 외풍에 흔들리지만, 교목이라 함부로 흔들리지 않으며 휘둘리는 일은 더욱 없다. 정권의 숱한 교체에도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 온 검찰이 어찌 교목이 아닌 한낱 옷이겠는가. 喬木也非衣(교목야비의)!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