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포(勹-9) 있을 유(月-2) 마를 고(艸-5) 잎엽(艸-9)
‘춘추좌전’ <魯襄公(노양공) 14년>에 다음 기사가 나온다. 양공 14년(기원전 559년) 여름, 여러 제후국의 대부들이 晉悼公(진도공)을 따라서 秦(진)나라를 쳤다. 진도공은 국경에서 기다리면서 3군의 主將(주장)과 部將(부장)들에게 명하여 제후들의 군사를 이끌고 진격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은 涇水(경수)에 이르러서는 강을 건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晉(진)나라 대부 叔向(숙향)이 노나라의 叔孫穆子(숙손목자)를 만나자 숙손목자가 ‘시경’에 나오는 시 <匏有苦葉(포유고엽)>을 읊었다.
숙향은 물러나와 강을 건너게 해줄 배를 준비시켰다. 곧 노나라와 거나라 사람들이 먼저 강을 건넜다. 이어 다른 제후들의 군사들도 경수를 건넜다. 대체 숙손목자가 읊은 시의 내용이 어떠하기에 숙향은 강을 건너기로 했던가?
<포유고엽>은 네 구절로 이루어진 시이며, 첫째 구절은 다음과 같다. “匏有苦葉, 濟有深涉. 深則瀝, 淺則揭.”(포유고엽, 제유심섭. 심즉력, 천즉게) “박에는 마른 잎이 달려 있고, 제수(濟水)에는 깊은 나루가 있네.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옷 걷고 건너지.”
숙향은 시에서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옷 걷고 건너지”라는 대목에 주목해서 배를 준비해 군사들을 건너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본래 이 시는 젊은 남녀가 혼인하는 일에 대해 노래한 것이어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의 넷째 구절은 다음과 같이 사뭇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招招舟子, 人涉卬否. 人涉卬否, 卬須我友.”(초초주자, 인섭앙부. 인섭앙부, 앙수아우) “손짓하는 뱃사공이여, 남들은 건너도 나는 안 건너려네. 남들은 건너도 나 안 건너는 것은 내 벗을 기다리기 때문이지.”
‘卬(앙)’은 곧 ‘나’라는 뜻으로, 시의 화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숙향은 이 넷째 구절에 주목하여 강을 건너지 않기로 판단하고 행동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는 첫째 구절에 주목했다. 너무 자의적인 것 같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