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499> 匏有苦葉

박에는 마른 잎이 달려 있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7 20:09:5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박포(勹-9) 있을 유(月-2) 마를 고(艸-5) 잎엽(艸-9)

‘춘추좌전’ <魯襄公(노양공) 14년>에 다음 기사가 나온다. 양공 14년(기원전 559년) 여름, 여러 제후국의 대부들이 晉悼公(진도공)을 따라서 秦(진)나라를 쳤다. 진도공은 국경에서 기다리면서 3군의 主將(주장)과 部將(부장)들에게 명하여 제후들의 군사를 이끌고 진격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은 涇水(경수)에 이르러서는 강을 건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晉(진)나라 대부 叔向(숙향)이 노나라의 叔孫穆子(숙손목자)를 만나자 숙손목자가 ‘시경’에 나오는 시 <匏有苦葉(포유고엽)>을 읊었다.

숙향은 물러나와 강을 건너게 해줄 배를 준비시켰다. 곧 노나라와 거나라 사람들이 먼저 강을 건넜다. 이어 다른 제후들의 군사들도 경수를 건넜다. 대체 숙손목자가 읊은 시의 내용이 어떠하기에 숙향은 강을 건너기로 했던가?

<포유고엽>은 네 구절로 이루어진 시이며, 첫째 구절은 다음과 같다. “匏有苦葉, 濟有深涉. 深則瀝, 淺則揭.”(포유고엽, 제유심섭. 심즉력, 천즉게) “박에는 마른 잎이 달려 있고, 제수(濟水)에는 깊은 나루가 있네.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옷 걷고 건너지.”

숙향은 시에서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옷 걷고 건너지”라는 대목에 주목해서 배를 준비해 군사들을 건너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본래 이 시는 젊은 남녀가 혼인하는 일에 대해 노래한 것이어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의 넷째 구절은 다음과 같이 사뭇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招招舟子, 人涉卬否. 人涉卬否, 卬須我友.”(초초주자, 인섭앙부. 인섭앙부, 앙수아우) “손짓하는 뱃사공이여, 남들은 건너도 나는 안 건너려네. 남들은 건너도 나 안 건너는 것은 내 벗을 기다리기 때문이지.”

‘卬(앙)’은 곧 ‘나’라는 뜻으로, 시의 화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숙향은 이 넷째 구절에 주목하여 강을 건너지 않기로 판단하고 행동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는 첫째 구절에 주목했다. 너무 자의적인 것 같지 않은가?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9. 9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