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이 할 사(禾-2) 어지럽힐 란(乙-12) 법법(水-5) 어조사 야(乙-2)

지난 토요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초동 일대를 시민이 가득 메웠다. 수십만 또는 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저마다 손에 촛불과 팻말을 들고서 검찰개혁을 외쳤다. 이 시민들은 그동안 검찰이 조국 장관 일가를 어떻게 수사해 왔는지도 예의주시했던 이들이다. 법을 바로 세워야 할 검찰이 법을 어지럽히는데 분노해 떨쳐 일어선 것이다.

법이란 군주가 통치할 때나 시민이 주권자가 된 때에나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였던 愼到(신도)가 남긴 글 ‘愼子(신자)’의 ‘威德(위덕)’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法制禮籍, 所以立公義也. 凡立公, 所以棄私也.”(법제예적, 소이립공의야. 범입공, 소이기사야) “법률 제도와 예법은 공공의 정의를 세우는 바탕이다. 무릇 공을 세우는 것이 사사로움을 없애는 길이다.” ‘한비자’ ‘詭使(궤사)’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夫立法令者, 以廢私也. 法令行而私道廢矣”(부입법령자, 이폐사야. 법령행이사도폐의) 곧 “법령을 세우는 것은 사사로운 짓을 막기 위해서다. 법령이 실행되면 사사로이 꾀하는 일이 없어진다.”

사사로움을 막아 공공의 정의를 확립하고 공공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법률 제도다. 그러나 법률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그 목적이 저절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권한을 가진 관리가 공정하게 일을 집행해야만 한다. 담당 관리가 사사로운 마음을 품는다면,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不正(부정)과 私益(사익)에 이용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公義(공의)를 세우고 公益(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검찰이 주어진 권한을 濫用(남용)하고 誤用(오용)해왔으면서도 전혀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 ‘궤사’에서는 “私者, 所以亂法也”(사자, 소이난법야) 곧 “사사로움은 법을 어지럽히는 근원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더 이상 법을 어지럽히는 근원이 아니라 법을 바로 세우는 바탕이 되게 하려는 것일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