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力-3) 아닐 불(一-3) 이룰 수(辵-9) 말 이을 이(而-0) 떠날 퇴(辵-6)

여태후 곧 고후 자신은 이루고 싶은 공을 다 이루고 죽었다. 남편이 황제가 되고 자신은 태후가 되었으며, 나아가 스스로 稱帝(칭제)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고후가 한 일이 끝내 자신의 일족인 呂氏(여씨)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고후는 아들 혜제가 죽은 뒤에 권력을 쥐자 劉氏(유씨)가 아닌 呂氏(여씨)의 천하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여 劉氏(유씨)를 지지하는 대신들의 권한을 빼앗고, 자신이 총애하는 인물을 주요한 자리에 두기 시작했다. 특히 큰오빠인 呂澤(여택)을 ‘悼武王(도무왕)’으로 추존하고는 여씨 일족을 제후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둘째 오빠의 아들인 呂種(여종)을 沛侯(패후)에 봉하고, 언니의 아들인 呂平(여평)을 扶柳侯(부류후)로 삼았으며, 큰 오빠의 아들인 呂台(여이)를 呂王(여왕)으로 세웠다. 또 여동생인 呂嬃(여수)를 臨光侯(임광후)로, 먼 친척인 呂它(여타)를 兪侯(유후)로, 조카인 呂更始(여갱시)를 贅其侯(췌기후)로, 조카 呂忿(여분)을 呂城侯(여성후)로 봉하는 한편, 여씨 집안의 여인들을 유씨 왕들에게 시집보내 감시하게 했다. 이렇게 고후는 여씨 일족의 권력을 차근차근 다져나갔다. 그러나 고후가 권력을 쥔 지 8년 만인 기원전 181년, 고후는 병이 들었다. 병세가 심해지자 조카 呂祿(여록)을 상장군으로 북군을 이끌게 하고, 呂王(여왕)인 조카 呂産(여산)은 남군을 이끌게 하고는 말했다. “고황제가 천하를 평정하시고 대신들과 ‘유씨가 아닌 자가 왕이 되면 천하가 함께 공격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지금 여씨들이 왕이 되었으니 대신들의 불평이 많다. 내가 죽고 황제는 어리니, 대신들이 변란을 일으킬 것이다. 반드시 군대를 장악하여 궁을 신중하게 지키며 나의 靈柩(영구)를 따르지 말고 다른 이에게 제압당하지 않도록 하라.”

곧 고후는 세상을 떴다. 왜 고후는 불안했을까? 자신의 바람대로 여씨의 천하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功不遂而退’(공불수이퇴) 곧 ‘공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것’이 드러난 셈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