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될가(口-2)길이 장(長-0)지킬 보(人-7)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그리 와닿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의 짧은 생애 때문이리라. 새벽이슬 같은 인생인데, ‘영원’이라는 말이 과연 실감나기나 할까?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이치조차 쉽게 간과하는 인생 아닌가. 가만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참 딱한 존재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써가면서 우주선을 띄우고 천체 망원경으로 갖가지 우주 현상을 관측하며 우주의 비밀을 캐겠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제 발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젬병이니.

진즉 노자는 “揣而群之, 不可長保也”(췌이군지, 불가장보야) 곧 “헤아리면서 계속 그러모아도 길이 간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000년 이상이나 이 말이 거듭해서 입증됐음에도 여전히 우리 인간은 “길이 간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좀처럼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알고는 있는 듯하다. 물건이든 방법이든 간에 길이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내려고 애써온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모든 게 헛짓임을 냉장고가 잘 말해준다. 음식을 얼마나 오래 지켜주던가? 누구나 그렇지만, 흔해 빠지거나 하찮은 것을 길이 간직하려 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취향이나 성향이 다르듯이 바라는 것도 다르고 보배로 여기는 것도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은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다. 높은 지위, 기름진 땅, 금은보화, 진귀한 옥이나 노리개 따위. 그런 것은 누구나 좋아하고 가지고 싶어 한다. 바로 그 때문에 서로 가지려고 아우성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 소리를 내서야 기회를 놓칠 테니.

바로 그것, 누구나 바라며 갖고 싶어 하는 것이므로 운 좋게 가졌다고 해도, 아니면 실력으로 가졌다 해도 길이 간직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것이 본래의 높고 귀한 가치를 그대로 간직하면 할수록 더 사람의 질투와 탐욕을 부추겨 어느 한 사람 소유로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不可長保’(불가장보) 곧 ‘길이 간직할 수 없다’. 하물며 올바르지 않은 방법, 간사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가졌거나 그러모았다면, 얼마나 간직할 수 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