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갚을 보(土-9) 원한 원(心-5) 써 이(人-3) 덕 덕(彳-12)

한때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의 경제는 최근 20∼30년 동안 침체했으며 해마다 적자도 늘고 있다. 그 적자의 상당 부분을 한국과의 무역으로 메우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한국에 ‘수출 규제’라는 선전 포고를 했다. 게다가 우익 세력을 부추기고 언론과 방송을 압박하여 ‘혐한’을 끊임없이 조장하며 퍼뜨리고 있다. 이런 행태는 아베 정부가 부국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강병을 추구하고 개헌을 통해 軍國(군국)으로 나아가려 하는 의도 속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아베 정부의 의도야 어찌 되었든 한국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이 자발적으로 ‘일본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나름대로 강력한 대응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서 부정적으로 보는 정치가나 지식인이 적지 않다. 우습지 않은가?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뺨을 맞아서 화를 내며 따지기로서니, 이를 “감정적이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으니. 그러면 계획적으로 노려서 뺨을 때린 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란 말인가?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맹렬하게 서구를 뒤쫓으며 산업화하고 서구 열강과 같은 강국이 되려고 애썼다. 조선을 정복하자는 ‘征韓論(정한론)’도 아울러 대두되더니 이윽고 제국주의적 침략이 진행되었다. 일본에서 ‘위대한 사상가’로 일컬어지는 福澤諭吉(후쿠자와 유키치)는 “조선국은 미개하므로 이를 유인하고 이끌어야 하며, 그 인민은 정말로 완고하고 고리타분하므로 이를 깨우치고… 끝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 진보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조선 인민 일반의 이해가 어떤지를 논할 때는 멸망이야말로 오히려 그들의 행복을 크게 하는 방편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의 주장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이었다 할 수 있는가?

1945년 해방 후, 한국인은 일제의 과오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을 뿐이다. 어떠한 앙갚음도 하려 하지 않았고, 악감정으로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통행본 ‘도덕경’ 63장에 나오는 “報怨以德”(보원이덕) 곧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 것”에 견줄 만한 자세로 일관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