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 같을 약(艸-5) 그기(八-6) 그칠 이(己-0)

왜 富國强兵(부국강병)에서 부국을 앞세우고 강병을 뒤에 두는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의 국방비 예산이 46조7000억 원이고, 평화헌법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조차 무려 53조 원이다. 중국은 2018년에 이미 190조 원이었다. 지구촌의 경찰국가로 자임하는 미국의 2019년 국방비 예산은 7160억 달러, 한화로 약 848조 원이다.전시가 아닌 때에도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이러한데, 국가 간에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그 비용은 대체 얼마까지 치솟을까? 그래도 전쟁으로 치르는 경제적 비용은 아무리 커도 계산이 가능하며, 파괴된 도시와 촌락 복구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긴 세월이 소요된다고 해도 역시 재건이 가능하다. 그러나 살상된 막대한 인명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상처 입은 무수한 영혼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류의 문명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쟁의 규모와 범위, 그 파괴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고대보다는 중세에, 중세보다는 근대에 점점 더 커졌다고는 말할 수 있으리라. 이에는 기술과 산업의 발달이 한몫 단단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소한 19세기에 유럽 열강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과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만 비교해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기술과 산업의 발달, 이른바 물질문명의 진보와 함께 이성도 발달했음 직한 인간이 어떻게 더 격렬하고 더 잔혹하게 더 대규모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부국과 강병이 하나로 묶이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제적 욕망이 그대로 군사적 행위로 나타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국가 간 전쟁이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전쟁이 참으로 바란 대로 욕망을 채워준 적이 있었는가? 간혹 채운 듯이 보이는 전쟁조차 곧 허망한 짓이었음이 입증되지 않았는가? 늘 노자가 말한 “不若其已”(불약기이) 곧 “그칠 줄 알아서 그만두는 것만 못했음”이 드러났을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