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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421> 人焉廋哉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8 18:59:29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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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인(人-0) 어찌 언(火-7) 숨길 수(广-10) 어조사 재(口-6)

歷史(역사)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사관이 가려서 기록한 것이다. 물론 보편성이나 법칙성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것이라야 가치와 의미를 가지며, 기록됨으로써 한층 분명해진다. 그래서 환하고 또렷하게 알 수 있게 되면 “歷歷(역력)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한 개인이 걸어온 자취도 다르지 않다. 링컨은 “사람 나이 마흔이면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이 마흔쯤 되면 그 삶의 자취가 얼굴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어디 얼굴뿐이랴. 그 말과 행동은 더욱더 역력하게 그 삶을, 심지어 마음까지 드러내 보여준다.

20세기에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은 1988년에 1003개의 모니터로 구성된 작품 <다다익선>을 내놓았다. 그때 그 작품은 그 뒤로도 백남준이 죽을 때까지 함께했던 이정성 엔지니어가 설치했다. 그가 얼마 전 우연히 한 TV 예능에 출연해서 잠깐 보여준 모습은 그가 匠人(장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역력하게 보여주었는데, 그가 해준 말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사람이 살아온 길은 자신도 모르게 기록이 되어 있다. 타인들이 안다. 내 발자취는 항상 기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살아도 잘 살아야 한다.”

백남준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를 묻자, 이렇게 말해주었다. 즉, 그가 이전에 남겼던 행위가 기록이 되어서 백남준을 그에게 이끌어 온 것이라는 뜻이다. 지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설령 내 자취를 남들이 몰랐다 하더라도 바로 지금 나의 언행이 그 자취를 역력하게 드러내므로 또한 숨기지 못한다.
‘논어’ ‘爲政(위정)’에서 공자가 말한 것처럼.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 “그 일을 왜 하는지를 살피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살피고, 그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살펴라. 그리하면 그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그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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