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로(力-10) 백성 민(氏-1) 될위(爪-8) 귀할 귀(貝-5)

‘맹자’ ‘진심 하(盡心 下)’에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곧 “민중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제왕들과 귀족들은 권력을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며 독점적 세습을 정당화했는데, 맹자는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 바로 민중임을, 핍박과 억압을 받고 착취당하면서 노예나 다름이 없이 살아가는 民草(민초)임을 천명한 것이다.

저 제왕과 귀족들의 관념이 이제는 사라졌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관념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뒤흔드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거대 자본가들이다. 이 자본가들에게 빌붙어 사리사욕을 채우는 언론인들 및 정치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민중은 그저 이용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억눌러야 할 존재다. 그들의 의중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오로지 자본주의가 있을 뿐.

민주주의는 권력의 원천이 민중에게 있다는 데서 더 나아가 민중이 그 권력의 주인임을 선언한 것인데, 민중을 업신여기며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착취해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이 자본주의다. 노암 촘스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둘의 토대도 다르고 민중을 바라보고 대하는 시각과 자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도덕 감정 위에서 구축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는 도덕 감정을 갉아먹는 욕망, 탐욕 위에서 번성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민중이 주체라면, 자본주의에서는 민중은 억압과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근대 이전에도 지금 자본가 못지않은 장사꾼과 巨富(거부)가 많았다. 그들과 그들의 후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재화를 독점하면 영원히 소유하고 향유하리라 믿었던 그들인데. 권력과 마찬가지로 재력의 원천도 ‘민중’임을 간과한 탓이다. 맹자가 새로 말한다. “勞民爲貴, 公司次之, 資本家爲輕.”(노민위귀, 공사차지, 자본가위경) “노동자가 가장 귀하고, 회사는 그 다음이며, 자본가는 가장 가볍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