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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96> 錢可通神

돈이면 신과도 통할 수 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4 19:16:51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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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전(金-8) 할 수 있을 가(口-2) 통할 통(辵-7) 신신(示-5)

唐(당)나라 때 張固(장고)가 쓴 ‘幽閒鼓吹(유한고취)’에 張延賞(장연상, 726∼787)의 이야기가 나온다. 장연상은 代宗(대종, 762∼779 재위) 때 재상이 되었는데, 度支(도지) 벼슬도 겸했다. 국가 재정과 예산, 회계를 맡는 부서가 度支部(도지부 또는 탁지부)인데, 그 수장이 된 것이다. 도지가 되고서 보니, 크고 중요한 옥사가 있으며 이 옥사에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엮여있음을 알게 됐다.

장연상은 이 옥사를 들여다볼 때마다 분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하여 옥리들을 불러 엄정하게 훈계하며 말했다. “此獄已久, 旬日須了!”(차옥이구, 순일수료) “이 옥사를 너무 끌었으니, 열흘 만에 끝내도록 하라!”

이튿날 아침, 그가 출근해서 보니 책상 위에 帖子(첩자, 문서 쪽지)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錢三萬貫. 乞不問此獄.”(전삼만관. 걸불문차옥) “돈 3만 꿰미입니다. 이 옥사에 대해 더는 따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연상은 크게 성내며 더욱더 옥리들을 다그쳤다. 그러자 이튿날 또 첩자가 와 있었다. “錢五萬貫.”(전오만관) “돈 5만 꿰미입니다.”

장연상은 더욱더 화가 나 이틀 안에 일을 끝내라 명령을 내렸다. 이튿날 아침 또 첩자가 놓여 있었다. “錢十萬貫”(전십만관) “돈 10만 꿰미입니다.” 장연상은 한참 고민하다가 그 첩자를 품에 넣고는 옥리들에게 옥사를 종결하라고 명했다. 의아하게 여긴 부하가 나중에 왜 마무리하라고 했는지 슬쩍 물었다. 그러자 장연상은 이렇게 대답했다.
“錢至十萬, 可通神矣. 無不可回之事. 吾懼及禍, 不得不止.”(전지십만, 가통신의. 무불가회지사. 오구급화, 불득불지) “돈 10만 꿰미라면 신과도 통할 수 있네. 되돌리지 못할 일이 없지. 나는 내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서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네.” 성정이 강직하기 이를 데 없으며 제국의 재상이기도 했던 장연상조차 “화가 미칠까 두려웠다”고 했다. 돈이란 이렇게 무섭다. 여기서 錢可通神(전가통신)이라는 성어가 나왔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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