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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78> 知和曰明

어우러짐을 아는 것이 밝음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8 19:21:1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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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矢-3) 어우러질 화(口-5) 이를 왈(曰-0) 밝을 명(日-4)

<377회>에 나온 ‘하늘을 덮을 천막’ 이야기를 한낱 우스개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재미 삼아 늘어놓는 이야기에 인생사를 꿰뚫는 통찰이나 심오한 진리가 숨어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이야기는 천진한 기운을 간직한 아이는 자유롭고 활달한 지혜를 잃지 않음을 말해준다. 교육은 도리어 그러한 지혜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임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노자는 “知和曰明”(지화왈명) 곧 “어우러짐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고 말했다. 노자의 앎은 곧 삶이다. 따라서 어우러짐을 안다는 것은 생각으로나 관념으로 안다는 뜻이 아니라 어우러져야 한다는 의식도 하지 않고 어우러짐을 안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그저’ ‘그대로’ 어우러져 사는 것을 이른다. 그래야만 참으로 ‘밝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담아둔 지식의 양으로 사람의 총명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관리를 뽑는 방식이었던 科擧(과거)는 성현의 가르침을 얼마나 많이 외고 잘 읊어댈 수 있는지, 정해진 형식대로 답안을 잘 써내는지 따위로 순위를 매겼는데, 그렇게 해서 뽑힌 이들이 과연 참으로 현명했던가? 그들이 그 지식대로 잘 살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폈던가?

‘문자’ ‘九守(구수)’에 나온다. “血氣專乎內而不外越, 則胸腹充而嗜欲寡, 嗜欲寡則耳目淸而聽視聰達. 聽視聰達謂之明.”(혈기전호내이불외월, 즉흉복충이기욕과, 기욕과즉이목청이청시총달. 청시총달위지명)
“혈기가 안으로 오롯하여 밖으로 내달리지 않으면 가슴과 배에 정기가 가득 차 욕심이 적어지고, 욕심이 적어지면 귀와 눈이 맑아져 보고 듣는 게 환해진다. 보고 듣는 게 환한 것을 밝음이라 한다.”

혈기가 안으로 오롯하고 가슴과 배에 정기가 가득 차 있는 이가 누구겠는가? 갓난애나 어린애 아닌가? 혈기가 오롯하므로 목이 쉬는 일이 없고, 정기가 가득하므로 타고난 총명이 환하다. 무슨 교육이 필요하리오. 그럼에도 교육시키겠다며 그 혈기를 소진시키고 정기를 흐리게 하니, 어찌 총명을 잃지 않겠는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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