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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68> 弱柔而捉固

무르고 보드라운데 야무지게 움켜쥐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4 18:53:5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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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약(弓-7) 부드러울 유(木-5) 말 이을 이(而-0) 움켜쥘 착(手-7) 단단할 고(口-5)

이제 ‘죽간본’ 17-2다. “骨弱筋柔而捉固, 未知牝牡之合脧怒, 精之至也. 終日乎而不憂, 和之至也.”(골약근유이착고, 미지빈모지합최노, 정지지야. 종일호이불우, 화지지야) “뼈는 무르고 힘줄은 보드랍지만 야무지게 움켜쥐고 암컷과 수컷의 교합을 모르면서도 고추가 곤두서는 것은 정기가 지극해서다. 하루 내내 울어도 앓지 않는 것은 어우러짐이 지극해서다.”

筋(근)은 힘줄을 뜻한다. 捉(착)은 움켜쥐다는 뜻이다. 牝(빈)은 암컷을, 牡(모)는 수컷을 뜻한다. 合(합)은 성적으로 교합하다는 뜻이다. 脧(최)는 갓난아이의 생식기, 자지를 뜻한다. 怒(노)는 곤두서다, 세차다는 뜻이다. 乎(호)는 號(호)와 같으며, 큰소리로 울다는 뜻이다. 憂(우)는 앓다는 뜻인데, 현행본 ‘도덕경’에서는 목이 잠기다, 쉬다는 뜻의 嗄(사)로 되어 있다. 함축된 뜻은 별반 다르지 않다.

노자의 무위가 결코 관념으로 짜낸 것이 아님이, 특히 그의 시선이 늘 낮은 데로 향해 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깨달음이 깊을수록 시선은 낮은 데로 또 가까운 데로 향하기 마련인데, ‘죽간본’ 2-1에서 “江海所以爲百谷王, 以其能爲百谷下, 是以能爲百谷王”(강해소이위백곡왕, 이기능위백곡하, 시이능위백곡왕) 곧 “강과 바다가 온 골짜기의 왕이 되는 까닭은 기꺼이 온 골짜기의 아래가 되기 때문이니, 이런 까닭에 온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던 데서도 그 점이 드러나 있다. 이제는 낮으면서도 가까운 데로 눈을 돌려 갓난아기를 묘사하고 있다.
갓난아기는 그야말로 뼈도 힘줄도 없는 듯이 보인다. 무르고 보드라운 살만 있는 듯해서 조금만 힘을 주어도 뭉개질 듯하다. 그럼에도 얼마나 야무지게 주먹을 쥐는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랍기만 하다. 노자는 그 힘의 원천이 바로 ‘柔弱(유약)’ 곧 무름과 부드러움에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힘이 아니라 기운이며, 그 기운에서 ‘捉固(착고)’ 즉 야무지게 움켜쥘 수 있는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노자는 갓난아기에게서 自然(자연)의 고갱이를 보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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