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을 함(口-4) 덕덕(彳-12) 의지(丿-3) 도타울 후(厂-7)

이제 ‘죽간본’ 17-1이다. “含德之厚者, 比於赤子. 蜂蠆虫蛇弗螫, 攫鳥猛獸弗扣.”(함덕지후자, 비어적자. 봉채충사불석, 확조맹수불구) “품은 덕이 도타운 사람은 갓난아기에 견줄 만하다. 벌과 전갈, 벌레, 뱀들이 물지 않고, 사나운 날짐승과 길짐승도 덤비지 않는다.”

여기서 含(함)은 머금다, 품다는 뜻이다. 比(비)는 견주다, 본뜨다는 뜻이다. 蜂(봉)은 벌을, 蠆(채)는 전갈을 뜻한다. 虫(충)은 蟲(충)과 같으며, 벌레를 뜻한다. 螫(석)은 벌레가 쏘다는 뜻이다. 攫(확)은 붙잡다, 움키다는 뜻이다. 扣(구)는 두드리다, 치다는 뜻이다.

含德(함덕)은 문자 그대로 풀면 덕을 머금고 있거나 품고 있다는 말인데, 이는 무슨 뜻인가? 노자가 남긴 글을 오래도록 ‘道德經(도덕경)’이라 부르고 ‘도경’과 ‘덕경’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그만큼 ‘덕’이 노자 사상에서 고갱이가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도와 짝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덕인가? 간단히 말하면, 도에 따라 살 수 있는 능력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능력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이가 성인이므로 그 성인을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앞서 16-3에서 언급된 네 가지 “無事, 亡爲, 好靜, 欲不欲”(무사, 무위, 호정, 욕불욕) 곧 “일을 벌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으며, 고요함을 좋아하고, 무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겠다. 이 네 가지는 ‘도’를 터득하고 체화한 성인의 ‘덕’이며 삶의 자세이자 행위 방식이다.

요컨대 함덕이란 도를 터득하여 체화한 상태를 이른다. 지극한 경지에 이른 이가 성인이고, 현자나 군자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꽤 도타운 덕을 갖춘 존재들이다. 흥미롭게도 노자는 성인이 아니라 ‘含德之厚者(함덕지후자)’를 갓난아기에 견주고 있다. 성인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워낙 드물고, 또 현자나 군자 정도만 되어도 그 행동이나 삶이 얼추 도에 들어맞는다고 여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덕의 功效(공효)가 대단하다는 뜻이리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