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이(人-3)바를 정(止-1)다스릴 치(水-5)나라 방(邑-4)

이제 ‘죽간본’ 16-1이다. “以正治邦, 以奇用兵, 以亡事取天下. 吾何以知其然也?”(이정치방,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오하이지기연야?) “똑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구부림으로 군대를 부리며, 일 없음으로 천하를 차지한다. 내가 어떻게 그러한 줄 아는가?”

正(정)은 바르다, 바로잡다는 뜻이다. 奇(기)는 본래 달리하다는 뜻이다. 예사와 달리하므로 새롭다, 뛰어나다는 뜻도 갖게 되었다. 반면, 정도에서 벗어난 것, 그릇된 것, 속임수를 뜻하기도 한다. 노자는 당시 위정자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 일 즉 정치와 용병의 요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용병은 전쟁에서 군사를 운용하는 일인데, 이는 국운을 좌우하고 인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어서 정치보다 더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정치는 국내 문제를, 용병은 외국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태를 전제로 한다.

먼저 노자는 나라를 다스릴 때 正(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정은 正道(정도), 도리, 법칙, 원칙 따위를 가리킨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도리나 원칙이 결코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가지 도리만 있다든지 한 가지 원칙만을 고수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바름’을 벗어난 것이다.

물리학에는 수많은 법칙이 있다. 널리 알려진 뉴턴의 운동 법칙(Newton‘s laws of motion)은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 법칙인데, 한 가지만 있을 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관성의 법칙’과 ‘가속도의 법칙’ 그리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세 가지나 있다. 이뿐 아니라 열과 일에 관한 법칙인 열역학법칙에도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 널리 밝혀진 것만도 열역학 0법칙에서 열역학 3법칙까지 네 가지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물리의 세계에서도 수많은 법칙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인간의 감정과 심리, 행위가 얽히고설켜서 갖가지 정치적·경제적·종교적·군사적 문제를 빚어내는 인간 사회에 어찌 도리나 법칙이 한 가지뿐이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