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인(人-0)낯면(面-0)짐승 수(犬 -15)마음 심(心-0)

노자가 죽간본 15-3에서 한 말 “不可得而親, 亦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亦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亦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불가득이친, 역불가득이소; 불가득이리, 역불가득이해; 불가득이귀, 역불가득이천. 고위천하귀)를 따른다면, 가까움이나 버성김, 이로움이나 해로움, 귀함이나 천함 어느 한쪽으로 곧잘 쏠려서 패를 가르고 다툼을 일삼는 인간은 ‘천하의 귀한 것’이라 하기 어렵다. 천하의 귀한 것은커녕 천하의 不良品(불량품)이라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당나라 때 天台山(천태산) 國淸寺(국청사)에 머물렀다고 알려진 미치광이 스님 寒山(한산)은 300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이런 시가 있다. “上人心猛利, 一聞便知妙.”(상인심맹리, 일문변지묘) “상치는 마음이 날카로워, 한 번 듣자 곧 묘한 이치 깨닫네.” “中流心淸淨, 審思云甚要.”(중류심청정, 심사운심요) “중치는 마음이 깨끗해 깊이 살펴서 요체를 말하네.” “下士鈍暗癡, 頑皮最難裂.”(하사둔암치, 완피최난열) “하치는 아둔하고 어리석어 그 질긴 거죽 찢기 가장 어렵구나.” “直得血淋頭, 始知自摧滅.”(직득혈림두, 시지자최멸) “핏방울이 머리에서 떨어져야 제 머리 깨진 줄을 비로소 알지.”

“看取開眼賊, 鬧市集人決.”(간취개안적, 료시집인결) “눈 부릅뜬 저 도둑놈을 보라, 왁자한 저자에서 결딴나네.” “死屍棄如塵, 此時向誰說?”(사시기여진, 차시향수설?) “주검 되어 티끌처럼 버려지니, 그때 누구에게 하소연하리오?” “男兒大丈夫, 一刀兩段截.”(남아대장부, 일도양단절) “사내아이고 대장부고 간에, 한 칼에 몸이 두 동강 났구나.” “人面禽獸心, 造作何時歇?”(인면금수심, 조작하시헐?) “사람 낯짝에 짐승 마음이라, 그런 자 태어남이 언제 그칠까?”

대부분의 사람은 하치에 속하리라. 굳이 도둑이 아니라도 사람 낯짝에 짐승의 마음을 지닌 자가 적지 않다. 그뿐이랴.

짐승보다 못한 마음을 지닌 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끊이지 않는 폭력과 음해, 납치, 학살, 테러와 전쟁을 누가 저지르겠는가?

그런 잔혹한 짓을 방관하는 우리는 또 어떤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