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口-4)아닐 불(一-3)알 지(矢-3)길 도(辵-9)

‘장자’ ‘知北遊(지북유)’에 흥미로운 우화가 나온다. 어느 때인가 泰淸(태청)이 无窮(무궁)에게 물었다. “子知道乎?”(자지도호?) “그대는 도를 아는가?”

무궁이 대답했다. “吾不知.”(오불지) “나는 모른다.”

여기서 태청은 지극히 맑다는 뜻으로, 훗날 도교에서는 하늘을 가리키는 말로 썼다. 그리고 무궁은 끝이 없는 아득한 공간을 가리킨다.

아래에서는 억지로 함이 없음을 뜻하는 无爲(무위), 시작이 없는 아득한 시간을 뜻하는 无始(무시)가 등장하는데, 넷 모두 의인화한 것이다.

다시 태청이 무위에게 물으니, 무위가 대답했다. “吾知道.”(오지도) “나는 도를 안다.”

태청이 물었다. “子之知道, 亦有數乎?”(자지지도, 역유수호?) “그대가 도를 아는 데는 또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무위는 “있다”고 대답했고, 태청은 다시 그게 어떤 것인지 물었다. 이에 무위가 대답했다. “吾知道之可以貴, 可以賤, 可以約, 可以散. 此吾所以知道之數也.”(오지도지가이귀, 가이천, 가이약, 가이산. 차오소이지도지수야) “나는 도가 귀해질 수도 있고 천해질 수도 있으며, 묶을 수도 있고 흩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도를 아는 방법이다.”

태청이 이 말을 무시에게 전하며 물었다.

“若是, 則无窮之弗知與无爲之知, 孰是而孰非乎?”(약시, 즉무궁지불지여무위지지, 숙시이숙비호?) “이러하다면 무궁이 모른다고 하는 것과 무위가 안다고 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가?”

무시가 대답했다. “不知深矣, 知之淺矣; 弗知內矣, 知之外矣.”(불지심의, 지지천의; 불지내의, 지지외의) “모른다고 한 것은 도를 깊이 체득한 것이고 안다고 한 것은 도를 얕게 터득한 것이다. 모른다고 한 것은 도를 내면에 둔 것이고, 안다고 한 것은 도를 밖에 둔 것이다.”

결국 도를 깊이 체득하여 내면에 간직한 이라면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음을 알고 “모른다”고 대답한다는 뜻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