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할 쾌(心-4)빠를 속(辵-7)빨리 질(疒-5)달릴 주(走-0)

늦가을이면 들판을 누렇게 뒤덮고 있는 곡식, 그 곡식들은 지난 겨울바람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언 땅을 파헤치기 시작한 농부의 손길을 내내 받으면서 한여름 뙤약볕과 장마를 견디고 간신히 여문 것들이다. 하루나 한 철 만에 단박에 자라서 여문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런 가을 들판의 곡식도 마을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우람한 느티나무에 견주면, 참 빠르게 자란 것이건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인간이 1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불과 몇백만 명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십만 년 동안 꾸준히 유전한 지성과 솜씨로 농업 기술을 비롯한 갖가지 기술을 발달시킨 결과, 이제 70억이 넘는 인류가 지구를 뒤덮고 있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로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는데, 그러는 사이에 인류보다도 오래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의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심지어 멸종하기까지 했다. 快速(쾌속)을 사랑하여 疾走(질주)하는 인류!

그러고는 이제 환경이 어쩌고 생태계가 저쩌고 하면서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살리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지구가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얼마나 깔깔대며 웃고 있을까? 어쩌면 지진이나 화산 폭발, 해일 따위가 일어나는 게 모두 지구가 웃느라고 벌어진 사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구를 살리겠다니! 지들이 살아야겠다는 심사인 주제에!

인간의 뛰어난 지성과 절묘한 솜씨는 다른 동식물이나 지구에만 해악을 끼친 게 아니다. 왜 노자가 “合抱之木, 生於毫末”(합포지목, 생어호말) 곧 “아름드리나무도 털끝 같은 싹에서 난다”고 운운했겠는가?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뽐내면서 온갖 기술을 고안해 내고는 마치 六頭馬車(육두마차)처럼 내달리는 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땅 위의 다른 생명체에게 횡포를 저지른 게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들에게 유례없는 폭력을 행사하던 때였다. 중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지성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거칠게 내몰았고, 전쟁과 폭력도 더불어 커졌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