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신은 효자라는 이름을 남겼으나,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참으로 어버이를 사랑했기에 그 슬픔이 커서 제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효도를 지고한 덕목으로 설정하고 훈육해 온 사회에 태어나 자랐기에 그게 마땅하다고 여겨 그랬던 것일까? 그의 효성은 저절로 그러한 自然(자연)일까 그렇게 해야 하는 當然(당연)일까?

여기 죽음을 맞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다. ‘장자’ ‘지락’편에 나오는 장자 이야기다.

장자의 아내가 죽어서 惠子(혜자)가 문상을 갔다. 슬픔에 젖어 있을 줄 알았던 장자는 놀랍게도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말했다. “與人居, 長子老身, 死不哭亦足矣, 又鼓盆而歌, 不亦甚乎!”(여인거, 장자노신, 사불곡역족의, 우고분이가, 불역심호!) “함께 살면서 자식을 기르고 같이 늙었으면서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을 하지 않는다면 무정하다 할 것인데,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으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누구나 장자의 행태를 보았다면, 혜자처럼 타박했으리라.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더라도 함께 살아온 인정과 도리를 생각하면 장자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요 심리다. 설령 미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슬픈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그런데 장자는 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不然. 是其始死也, 我獨何能无槪然! 察其始而本无生, 非徒无生也而本无形, 非徒无形也而本无氣.”(불연. 시기시사야, 아독하능무개연! 찰기시이본무생, 비도무생야본무형, 비도무형야이본무기) “그렇지 않소.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겠소! 그런데 그 근원을 살펴보니 본디 태어남이 없었던 거요. 태어남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본디 형체도 없었소. 형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디 기운도 없었소.”

장자라고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도 처음에는 슬퍼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누구나 경험해서 알고 있겠지만, 어떤 감정이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감정을 억지로 붙들고 있지 않고 일어난 대로 두면 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