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지 소(巛-8)헐 훼(殳-9)알 란(卩-5)깨질 파(石-5)

공융은 자가 文擧(문거)인데, 어려서부터 배우기를 좋아하여 갖가지 책을 두루 읽으며 식견을 넓혔다. 그는 말과 글에도 뛰어난 능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효성스럽고 강직하기도 했다. 그가 벼슬길에 나아갔을 때는 불행하게도 후한 말기의 혼란기였다. 특히 十常侍(십상시) 곧 열 명의 환관들이 정권을 농단하고 있었다. 공융은 그들의 전횡을 묵과하지 않고 비판했다. 또 董卓(동탁)이 권력을 잡았을 때에도 그의 포악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전출되기도 했다.

나중에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여러 벼슬을 차례로 역임했는데, 조정의 논의에서는 그가 늘 중심이 되어 발언했다. 뛰어난 文才(문재) 덕분에 문인들 가운데서도 중심적인 존재가 되었다. 당시 새롭게 권력자가 된 曹操(조조) 주위에는 능력 있는 문인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서 특히 뛰어난 일곱 명을 ‘建安七子(건안칠자)’라 부른다. 공융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공융은 조조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일마다 대립했다. 조조가 수긍하기 어려운 일을 할 때마다 공융은 전례를 끌어와서 엄정하게 따졌다. 이런 일이 거듭되니 공융을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조조도 점점 그를 미워하며 꺼리게 되었다. 야심이 컸던 조조로서는 따르는 사람이 많은 공융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이윽고 208년, 공융은 남방으로 遠征(원정)하려는 조조를 비판했다가 孫權(손권)의 사자에게 조조를 비방하고 중상했다는 죄목으로 잡혀서 처자식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공융이 잡혀가던 날, 아홉 살 아들과 일곱 살 딸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아비가 잡혀가는데도 두 아이는 꼼짝도 않고 바둑만 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비가 잡혀가는데 어찌 달아나지 않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安有巢毁而卵不破乎!”(안유소훼이란불파호) “둥지가 부서졌는데, 어찌 알이 깨지지 않겠습니까!”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 할 만하다. 이를 전해 들은 조조는 두려웠는지 아이들도 끌고 와서 죽이라고 했다. 두 아이는 형벌을 앞에 두고도 전혀 낯빛이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