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만 만(艸 - 9)것 물(牛 - 4)장차 장(寸 - 8)스스로 자(自 - 0)따를 빈(貝 - 7)

그런데 도를 파악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도는 ‘樸雖微(박수미)’ 곧 통나무 같이 투박하고 하찮은 것이어서 문명에 길든 감각과 이성으로는 좀체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성인이나 현자가 친절하게 일러주더라도 한사코 부정하거나 비웃을 것이다. 오죽하면 노자도 “下士聞道, 大笑之. 弗大笑, 不足以爲道矣”(하사문도, 대소지. 불대소, 불족이위도의) 곧 “하치가 도를 들으면 크게 웃는다. 하치가 크게 웃지 않으면 도가 되기에 모자란다”라고 말했을까(이 말은 ‘죽간본’ 25장에, 통행본 ‘도덕경’에서는 41장에 나온다).

그만큼 도를 알고 도를 터득했을 때의 효용도 크다. 노자는 “侯王如能守之, 萬物將自賓”(후왕여능수지, 만물장자빈)이라 말했다. “후왕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다면 온갖 것은 스스로 따르리라”는 뜻이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도를 잘 지킬 수 있는 자가 곧 후왕이 된다”는 뜻이 된다. 아니, 왕위에 오른 자가 그 지위와 권세로 신하들을 잘 부리기만 하면 그만이지, 굳이 도를 지킬 필요가 어디 있는가? 글쎄, 지위와 권세로 될 것 같으면 왜 환관들과 외척들이 설쳐대고 하극상이 일어났겠는가?

도를 잘 지킬 수 있어야 왕다운 왕이지, 그렇지 않으면 허울뿐인 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왕다운 왕은 어떤 왕인가? 모든 사람이 스스로 기꺼이 따르는 왕이다. 통치나 정치로 보자면, ‘萬物將自賓(만물장자빈)’에 방점이 찍힌다. 왕이든 아니든 그가 도를 잘 지키는지 누가 알겠는가? 알아보기도 어렵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즐거워하고, 그 말을 들으면 따르고, 멀리 있으면 그리워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후대에 공자를 素王(소왕)이라 칭했다. 신분으로는 전혀 왕이 아니었지만, 그의 삶과 가르침, 끼친 영향은 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고 본 것이다.

제자들은 그가 천하를 떠돌 때에도, 함께 곤경에 처했을 때에도 기꺼이 따랐다. 제자들은 心服(심복) 즉 마음으로 기뻐하며 따랐다.

이는 공자가 자신을 낮추고 끊임없이 배우는 마음으로 도를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