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탐할 탐(貝-4)얻을 득(彳-8)많을 다(夕-3)쌓을 적(禾-11)

환한 대낮일수록 그림자도 짙다. 대낮이라도 흐린 날에는 그림자도 흐릿하거나 아예 없기도 하다. 우리 삶도 그렇고 문명 또한 그렇다. 밝음이 강할수록 그림자 또한 짙게 깔린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마냥 잘 살 것처럼 여겼는데, 오히려 더 많은 갈등과 차별, 갖가지 질병과 폭력이 더 심해지거나 많아졌다. 그게 행복감을 덜 느끼게 만든 요인들이다.

이런 모순과 부조리는 문명의 필연인가? 그저 감내해야만 하는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 작위와 위선, 불만족과 탐욕의 산물이다. 푸쉬킨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으나, 과연 그대나 나를 속이는 게 삶인가? 우리 스스로 그릇된 생각과 탐하는 마음으로 몸을 속이고 몸을 닦달하며 살지 않는가? 그래서 괴롭고 힘든 것 아닌가?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삶을 속인다고 해야 옳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데도 만족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마음인가, 우리의 몸인가?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 마음이 우리 몸을 고달프게 만들고 괴롭히는 것 아닌가? 배는 부른데, 탐하는 마음에 꾸역꾸역 씹어 먹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애꿎게도 삶은 본디 고달프다, 괴롭다며 날명을 늘어놓는데, 그 또한 삶을 속이는 짓이다. 굳이 없어도 될 명예에, 가지지 않아도 될 재화에 목숨을 거는 것이 마음인가, 몸인가? 어리석은 생각과 탐욕스런 마음이 끊임없이 사람을 有爲(유위)로, 有事(유사)로 내몰아 괴롭히지 않는가? 이런 삶을 언제까지 이어갈 텐가?

‘문자’ ‘九守(구수)’에 나온다. “尊勢厚利, 人之所貪, 比之身則賤. 故聖人食足以充虛接氣, 衣足以蓋形御寒, 適情辭餘, 不貪得, 不多積.”(존세후리, 인지소탐, 비지신즉천. 고성인식족이충허접기, 의족이개형어한, 적정사여, 불탐득, 불다적)

“존귀한 권세와 두터운 이익은 사람들이 탐내는 것이지만, 제 몸에 견주면 하찮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먹는 것은 빈 배를 채우고 기운을 차리는 것으로 만족했고, 옷은 몸뚱이를 덮고 추위를 막는 것으로 만족했으니, 필요한 만큼 알맞게 하고 나머지는 사양하며 얻는 것을 탐하지 않고 많이 쌓아 두지 않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