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울 학(子-13)아닐 불(一-3)가히 가(口-2)그만둘 이(己-0)

누구나 양능(良能)과 양지(良知)를 타고났다는 말은 곧 누구나 주체적인 삶을 살 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확신을 가진 맹자이기에 그 유명한 四端(사단)을 말할 수 있었다. 사단은 어짊의 실마리인 惻隱之心(측은지심) 올바름의 실마리인 羞惡之心(수오지심), 예의의 실마리인 辭讓之心(사양지심), 지혜의 실마리인 是非之心(시비지심) 네 마음을 가리킨다.

맹자는 이 네 마음 가운데 하나가 없어도 ‘非人(비인)’ 곧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그만큼 사람의 타고난 자질과 능력을 믿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맹자가 유자로서는 드물게 배움이나 가르침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맹자와 달리 순자는 교육 또는 교화를 중시했다. 흔히 순자가 性惡(성악)을 주장했으므로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 순자는 사람이 악해질 수 있다 또는 악해지기 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만약 사람의 본성을 악하다고 보았다면, 그가 ‘순자’ 첫머리에 ‘勸學(권학)’ 곧 “배움을 권한다”는 편을 둘 리가 없다.

순자는 ‘性惡(성악)’편에서 “今人之性, 生而有好利焉”(금인지성, 생이유호리언) 곧 “이제 사람의 본성은 태어나면서 이익을 좋아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이고 진실이다. 바로 이런 성향 때문에 서로 이익을 챙기려 다투며 빼앗으려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법가에서 말하듯이 상벌로써 제재해야 하는가? 아니다. 순자는 배우고 노력하면 그런 성향을 얼마든지 잡도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순자도 맹자처럼 사람에게는 알 수 있는 자질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았다. 다만 배움을 통해 그 자질과 능력을 비로소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學不可以已”(학불가이이) 곧 “배움은 그만둘 수 없다”는 선언적인 말로써 ‘권학’편을 시작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맹자가 네 가지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면, 순자는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한 셈이다. 요컨대, 순자는 인위적인 또는 작위적인 가르침을 중시했다. 이 점에서 맹자와도 노자와도 달랐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