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촉(火-13)그림자 영(彡-12)도끼 부(斤-4)소리 성(耳-11)

‘죽간본’ 6-1(<114>)에서 “억지로 하면 망치고, 매달리면 잃는다”고 했는데, 송 태조와 태종은 전혀 억지로 하지 않고 매달리지도 않았는가? 다시 말해, 그들은 제위에 관심이 없었고 권력을 쥐고 싶지 않았던 인물들일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리라.

이미 알고 있듯이 조광윤이 제위에 오르는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것은 용의주도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는 뜻이며 제위에 마음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종 조광의 또한 제위에 욕심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형이 제위에 오르는 일에도 적극 나섰고 송 건국 후에는 여러모로 통치를 도와 큰 공을 세웠다. 그런 그에게 제위에 대한 욕심이 없었을까?

실제로 태조에게 趙德昭(조덕소)와 趙德芳(조덕방) 두 아들이 있었음에도 그가 제위를 계승했다. 의혹이 없을 수 없다. 당시에도 조광의가 태조를 독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역사서에는 관련 기록이 없지만, 여러 이야기가 남아 전한다. 다음은 그 가운데 하나다.

976년 10월 20일 밤, 태조가 갑자기 아우 조광의를 불러들였다. 태조는 침실에서 시종들을 물리치고 아우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내시가 멀리서 침실을 바라보니, 촛불 그림자 아래에서 조광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술자리가 파했을 때는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렸고 침실 밖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태조는 침실을 나와 도끼로 눈을 헤치면서 조광의를 향해 말했다. “잘했다, 잘했다!”

그런 뒤 태조는 침실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코 고는 소리가 벼락같았다고 한다. 그날 밤, 조광의는 궁에서 나오지 않았다. 五更(오경)이 지날 즈음, 침실이 매우 고요하고 인기척이 없었다. 내시가 들어가 보니, 태조는 이미 죽어 있었다. 조광의가 태조의 遺詔(유조)를 받고 즉위했다.

이 일을 두고 흔히 ‘燭影斧聲, 千古之謎(촉영부성, 천고지미)’ 곧 “촛불 그림자와 도끼 소리는 천고의 수수께끼다”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태종이 제위를 탐낸 인물이었음을 나타내려 했음은 분명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