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을 청(耳-16) 말 언(言-0 의 지(丿-3) 어려울 난(隹-11)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과거제는 중국에서 수나라 때 시작되어 당나라 때 널리 시행된 관료 선발제도다. 그렇다면 당나라 때 이미 사대부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당나라에는 귀족 문벌이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그들의 가문에서 주로 과거 급제자들이 배출되었고 주요한 직책과 승진을 거의 독차지했다. 한미한 출신은 과거에 급제하고 출중한 능력이 있어도 하급직을 맡거나 지방으로 떠돌아야 했다. 이렇게 귀족 문벌들이 존재했던 탓에 당나라의 과거제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 唐末(당말)과 五代(오대)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대대손손 권력을 누리던 귀족 문벌이 거의 몰락했다. 오대의 무도한 황제들이 그들을 모조리 도륙해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송나라에 새로운 정치 곧 문치를 가능하게 해준 배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은 천운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천운만으로 제국을 통치할 수는 없는 노릇! 그 천운을 영속시키려면 통치자가 그에 걸맞은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혁신을 이루어야만 한다. 송 태조와 태종이 과거제를 통해 인재를 적극 선발한 것은 그 천운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룩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인재를 발탁하기만 하면 되는가? 아니다.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된다. 역사적으로 인재를 얻고도 쓰지 못한 군주가 얼마나 많은가? 인재가 없었던 군주도 시대도 없었다. 인재를 쓰지 않은 군주, 인재를 쓸 줄 몰랐던 시대가 있었을 뿐이다. 구양수의 <爲君難論(위군난론)>에 다음 대목이 나온다. “嗚呼! 用人之難難矣, 未若聽言之難也. 夫人之言, 非一端也.”(오호! 용인지난난의, 미약청언지난야. 부인지언, 비일단야) “오호라! 사람을 쓰는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남의 말을 듣는 어려움만 못하다. 대개 사람의 말은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좋은 인재를 찾아서 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인재를 알아보고 그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일은 더욱 어렵다. 남의 말을 듣는 어려움이란 그런 뜻이다. 그리고 이는 거의 모든 군주들이 어려워했던 일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