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조(木-7)펼칠 창(日-10)이 지(丿-3)

민주주의는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뒤늦게 자리 잡은 정치 형태다. 시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당연히 시민의 자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자율성은 시민이 자각하여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런 자율성을 일깨워줄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시민 스스로 확신하고 확고하게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과 실이 부합하는 민주주의는 구현되기 어렵다. 오히려 독재나 전제로 회귀하기 십상이다. 우리만 하더라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좋은 바탕을 타고났다고 해서 저절로 자각하고 획득할 수는 없다. 맹자가 비록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인지소불학이능자, 기양능야; 소불려이지자, 기양지야) 곧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타고난 지혜다”라고 말했어도 그 양능과 양지를 제대로 쓰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게 노자가 말한 “因其所有而條暢之”(인기소유이조창지) 곧 “그가 지닌 것을 좇아서 하나하나 펼쳐주는 일”이다.

물론 노자는 오늘날 모든 사람이 교육을 공평하게 받듯이 모든 민중이 귀족들처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을 간과하기 어려운 것은 민중을 군주나 귀족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도 타고난 능력이 있고 똑같이 바람을 갖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당시에 민중은 지배 계층으로부터 짐승과 다를 바 없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民(민)은 시력을 빼앗긴 사람을 가리키는 글자다. 잠자다는 뜻의 眠(면)은 그런 눈의 상태를 가리킨다.

고대의 기록들을 보면, 자기 씨족 이외의 사람들, 이민족으로서 노예가 된 사람을 부를 때 썼다. 나중에 지배 아래 놓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반면에 지배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人(인)이라 했다. ‘논어’를 보면, 人(인)과 民(민)이 확연히 다른 의미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노자는 이 민을 인과 같은 존재라고 보았던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