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언(火-7)쓸 용(用-0)소 우(牛-0)칼 도(刀-0)

‘논어’ ‘陽貨(양화)’편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노나라의 성읍인 武城(무성)에 갔을 때다. 관아에 들어서려는 데 문득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제자인 子游(자유)가 그곳 수령으로 있으면서 한가한 틈에 악기를 타며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것을 들으며 들어선 공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割鷄, 焉用牛刀?”(할계, 언용우도?)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이에 자유가 대답했다.

“昔者, 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석자, 언야문저부자왈,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 “예전에 제가 스승께서,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아끼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쉽게 부리려 한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자의 나볏하고도 묵직한 대답에 공자는 쑥스러워하면서 다른 제자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언(자유)의 말이 옳다. 앞서 한 말은 우스개였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는 공자의 말은 일개 성읍을 다스리는데 있어 어찌 한 나라를 통치하는 방도를 쓰느냐는 뜻이다.

원리나 이치로 따지자면, 나라를 다스리든 성읍을 다스리든 다스림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 요체를 터득하고 방도를 완벽하게 체득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적실하게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욕심이 크고 앞서면 정작 작은 일에는 그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 어려운 일을 자유는 해냈다. 그런데 관중은 그렇지 못했다.

관중에게는 큰일을 해내겠다는, 그리하여 천하에 이름을 날리겠다는 뜻, 아니 정확하게는 욕심이 늘 있었다. 자잘한 실패에 매이지 않고 주군이 죽었어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욕심이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데는 어려움을 겪게 했다. 큰일을 해낼 능력이 있는 데다 욕심 또한 컸으니, 어찌 닭 잡는 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자그마한 일로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지만 잘 해내지도 못했던 까닭은 거기 있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