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하(人-5)길 도(辵-9)써 이(人-3)그러할 연(火-8)

노자는 전국시대(기원전 403∼기원전 221) 초기에 살았던 현자다. 그때는 춘추시대부터 거듭된 전쟁으로 140여 개였던 제후국이 20여 개로 줄었던 시절이다. 제후국 내에서도 대부들이 서로 권력을 쥐려고 끊임없이 정쟁을 일삼아 滅門之禍(멸문지화)를 당한 가문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야말로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절로 보였다.

그러한 시절에 노자는 “以道佐人主者, 不欲以兵强於天下”(이도좌인주자, 불욕이병강어천하) 곧 “도로써 다스리는 군주는 군대로써 천하를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서도 천하에 도가 있다고 말하는가? 덕은 또 무슨 말라비틀어진 덕이란 말인가? 도와 덕이 없으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고? 부국이 못 되고 강병이 없어서 망한 나라가 무려 100여 개가 넘는데, 대체 무슨 잠꼬대인가? 아마도 노자를 정신 줄을 놓은 사람쯤으로 보지 않았을까?

‘문자’ ‘道德(도덕)’에 흥미로운 대화가 나온다. 문자가 노자에게 물었다.(여기서 노자는 문자가 상상으로 빚어낸 인물이다. 문자가 훨씬 후대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상적으로 두 사람은 매우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夫子之言, 非道德無以治天下. 上世之王, 繼嗣因業, 亦有無道, 各沒其世而無禍敗者. 何道以然?”(부자지언, 비도덕무이치천하. 상세지왕, 계사인업, 역유무도, 각몰기세이무화패자. 하도이연?) “선생님께서는 도와 덕이 없으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 옛날의 왕들 가운데는 대를 잇고 왕업을 이어감에 있어 도가 없음에도 죽을 때까지 아무런 재앙을 입지 않은 이도 있었습니다. 무슨 도가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문자 또한 궁금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무도하고 포악한 왕이 적지 않았는데, 그들 가운데서 천벌을 받거나 재앙을 입은 자는 매우 드물고 오히려 멀쩡하게 왕위를 보전한 자들이 더 많았다. 도대체 노자가 말한 도가 있기는 할까? 도가 있다면, 무슨 도이기에 그런 무도한 왕들이 무사하고 안전하게 재위할 수 있었단 말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