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불(一 - 3)다툴 쟁(爪 - 4)의 지(丿- 3)

‘문자’ ‘도덕’에서는 또 “小弱有道, 不爭而得”(소약유도, 불쟁이득) 즉 “작고 약한 이에게 길이 있으니 다투지 않고 얻는다”고도 했다. 작고 약한 이에게 막강한 권력에 대항할 힘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힘으로 대항해서는 도리어 폭력을 더욱 부추겨서 희생만 커질 뿐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다투지 않고도 얻는’ 길을 가는 것이 효과적이고 이길 공산도 크다. 작고 약한 이들이 가는 이 길이야말로 진정한 ‘다투지 않음’이니, 달리 말하면 ‘다투지 않는 다툼’인 不爭之爭(부쟁지쟁)이다. 비록 오래도록 힘겹게 버티고 견뎌야 하지만, 바로 그렇게 하기 때문에 불의와 부정을 타파하고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1950년대 미국은 흑백 차별로 말미암아 극심한 분열이 거듭되었다. 식당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차별이 이루어졌다. 그때 흑인과 백인 대학생들은 옷을 말끔하게 갖추어 입고 식당에 들어가서 백인들의 좌석에 조용하고 단정한 태도로 앉아 있었으며, 충분한 여유 공간을 남겨 두어 다른 백인 동조자들이 여유 있게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경찰이 강력하게 대응하여 이들을 체포해 갔지만, 오히려 시위는 전국적으로 공감을 얻어 더욱 확대되어 갔다.

경찰과 백인 군중의 위협과 폭력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비폭력 평화 시위는 계속되었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1964년 7월 2일, 린든 존슨 대통령은 공공시설, 교육, 고용에서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시민권 법’(Civil Rights Act)에 서명했고, 이듬해에는 ‘투표권 법’(Voting Rights Act)에 서명해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하던 요인들도 폐지했다.

지금 이 사회에서도 작고 약한 여성들이 그릇된 통념과 위선, 부정과 불의에 맞서 ‘다투지 않음’의 길, 부쟁지쟁의 길을 가고 있다. ‘미투’와 ‘위드유’ 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이야말로 이 사회가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민주주의는 일상생활에서 작동하는 어떠한 권력 관계도 부당하고 부자연스런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