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줄 비(比-0)유다를 특(牛-6)돈 폐(巾-12)

최근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인 比特幣(비트코인의 한자 표기, bitcoin) 광풍이 불고 있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순식간에 수억 원 이상을 벌거나 수천만 원 이상을 단번에 잃는 이들이 계속 나온다. 그야말로 喜悲(희비)가 찰나마다 엇갈리는 형국이 거듭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이 광풍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과연 비트코인이 새로운 시대의 화폐가 될 것인가, 블록체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따위 논쟁이 치열해졌다.

이 광풍을 투기로 보는 쪽에서는 당연히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면, 이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미래의 IT기술로서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며 열렬하게 옹호론을 펴는 쪽도 있다. 부정론이든 옹호론이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기술이 없었다면, 이런 광풍도 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광풍이야말로 ‘絶巧棄利 ’(절교기리)가 말하는 기술의 공교함과 이로움의 양면성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사실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식을 축적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신체적으로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인류로서는 지적으로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技術(기술)과 器物(기물) 들을 발전시켰다. ‘문명의 利器(이기)’라는 말이 그런 뜻을 담고 있다.

문제는 利器(이기)가 결코 利器(이기)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물의 이로움과 해로움은 기물 자체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쓰임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로움이란 해로움을 전제로 해서 성립된 말이다. 그래서 이로운 기물이 그대로 해로운 기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고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이롭다고 만든 것이 얼마든지 해롭게 쓰이므로 아이러니고, 본래 이롭기만 한 것이 없고 그 자체에 해로움이 내재해 있다는 점에서 역설이다. 인류에게 이롭도록 개발된 기술이 수많은 이들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고 또 다른 상실과 좌절을 겪게 만드는 상황을 보라. 그렇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