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제(
阝-7)예 구(臼-12)베, 펼 포(巾-2)새 신(斤-9)
多事多難(다사다난)이라고 매체마다 단골로 쓰는 표현이 2016년은 일어난 사건에 까마득히 못 미친다.
한해를 결산하면서 국내외 뉴스를 정리하는데 올해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임기가 중단되는 거대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중단될 수는 없는 법이라 가지 않았던 새 길을 내년에도 가야 한다. 낡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送故迎新(송고영신, <301>회)과 같이 이즈음에 자주 쓰는 성어로 묵은 것을 쓸어내고(除舊)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布新)는 말도 있다.
이 성어는 2013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어 친숙해졌다. 한 해를 정리하는 성어 말고 이듬해부터는 우리 고전과 속담 등에서 택하기로 하여 희망성어는 막을 내리게 됐지만, 그 전 해가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擧世皆濁(거세개탁)이었기에 아주 적합하기도 했다.
처음 이 말이 유래한 곳은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으로 혜성의 출현을 해석하는 데서 나왔다. 魯(노)의 昭公(소공) 17년조에 실린 내용을 보자. 그 해 겨울 혜성이 동쪽에 있는 별자리인 大辰(대진)에 나타나 그 꼬리의 빛이 서쪽으로 은하수까지 뻗쳤다. 대부 申須(신수)가 그 현상을 새롭게 보고 설명한다.
'혜성은 모양이 빗자루 같아서 낡은 것을 쓸어내고 새로운 것을 내놓는 별이다. 천문의 현상은 항상 길흉을 상징하는 법이다(彗所以除舊布新也 天事恒象/ 혜소이제구포신야 천사항상).' 이어서 지금 혜성이 28수 중 하나인 心宿(심수)를 쓸어냈으니 다시 나타날 때에는 반드시 화재 등 재앙을 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는데 오히려 묵은 것은 쓸어내는 징조로 보았다.
올해의 전반기는 선거로 여소야대가 되어 내내 다툼을 벌였고 후반기는 최순실이 이전부터 국정을 농단한 것이 드러나 박근혜 정부를 무너지게 했다. 국내외로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생각하기도 싫은 2016년이 됐다.
새해가 밝아오는 즈음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새것의 폐단도 미리 생각해야 지난 한 해의 교훈이 헛되지 않다. 새해의 유일한 선물은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것이라 했다. 지난 악몽은 잊고 새 정부를 만들어가는 대한민국과 국민 각자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선물이 듬뿍 왔으면 좋겠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리면서 謹賀新年(근하신년)!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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