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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599> 養虎遺患

범을 길러 후환을 남기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22 20:05:0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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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를 양(食-6)범 호(虍-2)남길 유(辶-12)근심 환(心-7)

호랑이라는 짐승은 그 이름이 범과 이리(虎狼/ 호랑)에서 나온 것만 보아도 사나움은 타고났다. 우리나라에선 檀君神話(단군신화)나 해님달님 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어리숙하면서도 귀여운 면을 보여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百獸(백수)의 왕이라는 별칭대로 나타나기만 하면 다른 동물은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다. 이런 범을 어릴 때부터 길렀다고 흉포함이 없어질까. '범은 그려도 뼈다귀는 못 그린다'는 말대로 속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범을 길러서(養虎) 나중의 화근을 남긴다(遺患)는 이 말은 장래에 해가 되는 것을 모르고 사정을 봐주었다가 화를 자초하는 것을 뜻하게 됐다.

고사성어의 보고 '史記(사기)'의 項羽(항우) 본기에서 유래했다. 제왕들의 전기를 담은 본기에 司馬遷(사마천)은 스스로 왕이 된 항우도 같은 반열에 올렸다. 秦始皇(진시황)이 사망하자 각지의 군웅이 할거해 진나라가 멸망하고 楚(초)의 항우와 漢(한)나라 劉邦(유방)의 각축으로 좁혀졌다. 항우가 연전연승으로 기세를 올릴 때 유방은 關中(관중)을 공략하고 彭城(팽성)까지 점령했다. 화가 난 항우가 팽성을 기병으로 급습하자 유방은 부친과 부인을 두고 황급히 철수했다. 이후 일진일퇴로 장기전에 들어가 지친 초군은 식량 부족으로 사기가 떨어졌다.

부친이 항우에 잡혀 있는 유방은 유리한 국면에도 하는 수 없이 화의를 요청하여 鴻溝(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기로 했다. 항우는 약속대로 가족을 돌려보낸 뒤 철군했고 유방도 떠나려 했다. 이때 모사 張良(장량)과 陳平(진평)이 유방을 만류했다. 한나라가 천하의 반을 차지했고 민심도 호의적인데 초군은 지금 식량도 떨어졌으니 하늘이 준 기회라면서 말한다.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이는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겨두는 꼴이 되고 맙니다(今釋弗擊 此所謂養虎自遺患也/ 금석불격 차소위양호자유환야).' 유방은 이들의 계책대로 항우를 추격, 힘을 빼고 垓下(해하)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박근혜 대통령이 혼이 비정상일 정도로 판단력을 잃은 이면에는 40여 년을 함께한 최순실의 조종이 있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쓰러진 뒤 최태민 목사라는 사람이 뒤를 봐 준다며 온갖 비리를 저질러도 박근혜는 비호하기만 했다. 은둔생활을 할 때에는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곁에 붙어 모든 일상생활을 수발들었으니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20대부터 함께한 둘은 누가 길렀는지 누가 호랑이인지 모를 정도였으니 국정을 분탕질 쳐도 무감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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